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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우리는 명분의 시대로 간다, MB 빼고 / 우석훈

등록 2012-08-01 18:59

우석훈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우석훈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2012년 여름, 한국인을 딱 두 종류로만 나눈다면,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절대다수의 한국인은 대통령을 싫어한다. 대통령이 바뀐 걸까? 아니, 대통령은 바뀐 게 없다. 시대가 바뀌었고, 국민이 바뀐 것이다.

좀 안타까운 말이지만,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을 친미파이며 동시에 친일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하는 대부분의 행정 행위는 좋은 동기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이해하지 않는다. 심지어 4대강을 개발한다고 하면, 그가 몸담았던 건설업계에 보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국민이 태반이다. 대선 전에 ‘어쨌든 일 잘하는 지도자’라던 이미지는 이제 온데간데없다. 그가 무엇을 하든, 자기 식구든, 자기 친구든, 아니면 일본이나 미국에 무엇인가 우리 것을 퍼다 주려고 한다고 사람들은 이해한다.

이 모든 것이 많은 사람들 말대로 대통령 때문인가? 아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5년 전, 한국인은 효율성이 곧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부의 반대가 있어도 뭔가 강행해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드는 것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5년 사이, 한국 사회는 바뀌었다. 5년 전에는 아무도 하지 않던 소통이라는 단어, 정의라는 말 그리고 공감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효율성만이 사회의 잣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싶다. 따져 보면, 소통, 정의, 공감, 모두 명분에 속한 개념이다. 이제는 명분 있는 행정이 곧 효율적 행정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을 움직인 가장 큰 행정목표는 ‘선진화’였다. 선진화는 효율성에 속한 단어이다. 어쨌든 우리의 덩치를 키우고, 더 큰 경제를 만들고, 더 많이 나누어 먹을 수 있게 하자, 이런 효율성의 단어들이 한국을 지배했는데, 5년 만에 우리에게는 다시 명분이라는 것이 사회적 기준으로 등장하였다. 효율성이 곧 명분이라는 시대에서, 아무리 효율적이라도 뭔가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분명히 다른 말이다. 덩치와 규모를 선진화로 보는 것이 후진국의 인식이라고 한다면, 공교롭게도 선진국 경제가 될수록 개개인을 보살피고, 정의라는 기준을 생각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지는 특징을 갖는다. 자연스럽게 명분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바뀌는 것이다.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강행된 방송장악과 문화계 숙청, 이런 것은 효율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론적으로 명분을 잃게 만들었다.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의 문화 생산자, 작가들을 전원 해고하는 것이 선진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마찬가지로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인천공항 매각과 케이티엑스(KTX) 민영화, 모두 사회적으로는 명분을 잃은 사업이다. 거기에 어떤 이유를 달아도, 명분도 없을뿐더러, 효율성으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왜 공적인 것을 파느냐, 여기에 그 누구도 설명을 못 하는 것 아닌가? 하기로 한 거니까 한다, 그건 명분이 아니다. 다음 정권에 넘기지 않겠다, 이것도 명분이 아니다. 그냥 통치자의 의지 표현이다.

명분이 없을 때는 물러서는 것이 대패를 막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명분의 시대로 간다. 대통령 혼자 뒤로 가고 있다. 허울만 남은 선진화 정책,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것이 어떤가? 공항 팔아먹는 게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들, 정권이 흔들리면서까지 할 일인가 싶고, 그렇게까지 시대에 역행할 필요가 있나 싶다.

우석훈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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