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반값 등록금 학부모 모임 총무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반값 등록금을 모두 네 차례 공약했다.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값 등록금 약속을 시작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나가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2006년 4월14일 한나라당이 주최한 ‘대학 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 정책토론회’)라는 말까지 하면서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선거에서 압승한 뒤 반값 등록금 입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침묵하다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반값 등록금을 꺼냈다. 그의 공약은 한나라당 대선 공약으로 발표되었다. 박근혜씨는 40%에 달하는 ‘친박 세력’의 대표였고 줄곧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만큼 영향력이 막강했지만 대선 승리 뒤 약속을 지키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박 후보의 지원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황우여씨는 지난해 5월 반값 등록금을 ‘불쑥’ 꺼낸다. 명목등록금 50% 인하라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그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최우선적 민생과제로 선정해 최선의 안을 만들겠다.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뒤 한나라당은 ‘명목등록금 15%’ 인하, ‘명목등록금 30%’ 인하, ‘명목등록금 5%’ 인하, ‘명목등록금 인하가 아닌 등록금의 심리적 부담 50% 인하’ 등의 말을 쏟아내며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결국은 규정도 복잡하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장학금 안을 내놓고 말았다. 황 대표의 안을 놓고 한나라당에서 논란이 뜨거워지자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전대 강연에서 ‘박원순표 반값 등록금’을 말하면서 ‘반값 등록금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기에 이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의 새누리당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반값 등록금을 또 꺼낸다. 지금까지 주장한 장학금 안에 재정 뒷받침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일부 내용을 추가하고는 ‘이것이 바로 반값 등록금!’이라고 우기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학생도 속이고 국민도 속이는 행동이다.
벼가 익으려면 모든 논에 햇볕이 골고루 비쳐야 한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장학금 안을 반값 등록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실제는 대다수 논에 햇볕을 차단해 벼가 여물지 못하게 하면서도 햇볕이 고르게 비치고 있다고 우기는 거나 마찬가지다.
오랜 침묵과 외면,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온 박 후보가 대선을 눈앞에 두고 또다시 반값 등록금을 소리 높이 외치고 다닌다. 지난달 23일 박 후보는 “대학 등록금 부담을 분명하게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용은 분명 반값 등록금이다. 진정성이 있다면 야권과 시민사회의 안을 받아들이고 법을 만들면 된다.
새누리당안은 ‘등록금 총액의 절반을 장학금으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회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까지 말이다. 반값 등록금과 장학금 총액 확대는 전혀 다른 범주다. 박 후보는 배우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동을 즉시 멈추기 바란다.
지난 6년 동안의 ‘반값 등록금 행보’를 보면 박근혜씨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저버리고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는 사람,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인물일 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통령을 꿈꾸기 전에 언행일치부터 하는 정치인이 되기 바란다.
최창우 반값 등록금 학부모 모임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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