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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철의 시대

등록 2012-09-05 19:20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호메로스에 못지않게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형성함과 동시에 반영했던 서사시인이 그와 거의 동시대에 살고 있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는 무한한 어둠의 공백인 카오스에서 점차 우주의 질서가 출현한다는 의식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 신과 여신들이 우주의 질서를 확립해나간 계보를 밝히고 있으니, <신통기>는 현실 세계를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하려던 그리스 신화의 출발점이었다.

한편 <일과 나날>은 일을 해야 하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 인간의 조건이 주제다. 헤시오도스가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낭비가 심한 형 페르세스와 관련된 개인사로 알려져 있다. 유산을 탕진한 형이 부패한 관리와 결탁하여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 그는 그들의 죄상을 직접 고발하는 대신 형에게 노동의 미덕을 가르쳐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혜를 전하려 한다.

그런데 역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일과 나날>이 더 큰 관심의 대상이다. 인간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노동을 받아들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선이 승리를 거둔다는 교훈 때문만이 아니다. 이 시에 포함된 일종의 농가월령가에서 보이는 고대 그리스 농부의 삶의 편린 때문만도 아니다. 오히려 집단으로서 인간의 과거를 인정하여 그것을 다섯 시대로 구분하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황금의 시대에 사람들은 근심 걱정도 없이 오래 살다가 평화롭게 죽어간다. 은의 시대는 냉혹함과 전쟁으로 얼룩져 있고 사람들이 모든 신성한 것에 반발하며 일찍 죽는다. 청동의 시대에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만 전쟁으로 자멸한다. 이어지는 영웅의 시대는 귀족과 반신반인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역시 전쟁으로 파멸한다. 헤시오도스에게 현재였던 철의 시대는 고통, 비참, 부패, 노쇠, 사망과 같은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

어쨌든 이제 과거는 연속성과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황금시대로부터 타락과 파멸의 과정으로 역사를 보는 전통의 시초였다. 그리고 우리는 철의 시대를 겪고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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