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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독도 광고비, 제대로 쓰려면 / 정남구

등록 2012-09-13 19:22

정남구 도쿄 특파원
정남구 도쿄 특파원
천광뱌오라는 중국의 한 기업가가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타임스>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중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광고를 냈다. 그는 ‘미국 정부, 미국 인민에게 엄숙히 밝힌다’는 제목의 광고에서 “댜오위다오는 옛날부터 중국의 영토”라며 “만약 일본이 하와이를 자기네 땅이라고 선언하면, 미국인은 어떤 느낌을 갖고 미국 정부는 어떤 행동을 취하겠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앞서 극우파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가 이끄는 도쿄도는 지난 7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광고를 내, “중국과 대치하는 아시아 국가들을 지지하지 않으면, 미국은 태평양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며, 도쿄도가 센카쿠열도의 섬을 매입하려는 것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싼 돈을 들인 광고전에서 어느 쪽이 더 효과를 봤을까? 중국의 누리꾼들은 천이 낸 광고를 보고 ‘애국 기업인’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프랑스 국영 <라디오 프레스 인터내셔널>(RFI)은 천이 쓸모없이 돈만 썼다고 평가했다.

도쿄도는 센카쿠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중-일 영토갈등에서 발을 빼고 싶은 미국을 향해, ‘이 다툼에서 일본 편을 들지 않으면 결국 미국에 손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반면, 천이 미국인들에게 무언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천이 고유영토론을 내세워, 센카쿠열도 문제를 하와이 침탈에 빗댄 것은 완전 실패작이다. 국제사회가 중시하는 ‘실효지배’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 센카쿠열도는 일본 땅이니, 천의 논리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쪽은 중국이 돼버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간에 독도 광고전이 곧 본격화될 모양이다. 양국 모두 내년 예산을 크게 늘려 잡을 태세다. 교과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 교육을 강화해온 일본은, 독도 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영토 주장의 근거를 알리는 국내 신문광고를 시작했다. 국제사회에는 아마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서 해결하자는데도, 한국이 자신이 없어 응하지 않는다’고 홍보할 것이다.

어떻게 맞서야 광고비를 헛되이 쓰지 않을까? 진작부터 독도가 우리 땅인 근거를 미국에서 널리 알리겠다는 뜻있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에게 그걸 알리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오히려 독도가 분쟁지라고 홍보하는 역효과도 있었음을 고려할 일이다. 미국을 움직이고 싶다면, 일본의 무리한 주장이 한·미·일 협력관계를 심하게 훼손한다는 것을 설파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일본은 독도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많이 거론되게 홍보비를 쓸 것이다. 이를 뒤따라가며 북을 쳐 일본의 흥행을 돕는 일은 피해야 한다. 우리는 반대로 일본 시민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제국 일본’에 대한 향수에 뿌리를 둔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본의 퇴행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것이 일본을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고립시키고, 일본에 어떤 손실을 가져올지 설득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간 갈등은 서로에게 해를 입힐 뿐, 승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본 스스로 ‘독도 문제’를 손에서 내려놓게 하는 게 우리에겐 최선일 것이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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