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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문-안 단일화는 힐링캠프로! / 김의겸

등록 2012-09-16 19:23

김의겸 정치·사회 에디터
김의겸 정치·사회 에디터
결국 문재인으로 결정됐다. 2~3일 뒤면 안철수도 대선 도전을 선언한단다. 이제는 단일화가 관심사다. 이미 조국 교수는 “두 사람이 담판을 지으라”고 제안했다. 민주당도 내심 바라는 눈치다. 조 교수 표현대로 둘 다 “눈빛이 맑은 분들”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역사에 남을 아름다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두 사람의 단일화보다 더 중요한, 지지자들의 ‘화학적 결합’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는 듯하다.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 구도는 사실상 야권후보 단일화와 같은 조건이다. 그런데도 안철수가 박근혜를 앞선 건 지난 1년 동안 손으로 꼽을 정도다. 요즘처럼 인혁당 문제로 죽을 쑤는데도 박근혜는 여전히 1등이다. 그러니 단순한 덧셈 방식의 단일화로는 부족한 게 분명하다.

더욱이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층은 다르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아마 안철수로 단일화가 돼도 고스란히 안철수를 찍어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지지층은 중도 성향의 무당파층을 중심으로, 이념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다양한 계층이 섞여 있다. 충성도도 약하다. 문재인으로 단일화는 물론이고, 그런 논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쪽 기둥이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금태섭 변호사가 ‘새누리당의 불출마 협박’을 폭로하는 것만으로도 안철수의 보수 성향 지지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게 최근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다. 한나라당 자체 분석도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두 후보 지지자들의 3%만 빠져도 박근혜가 과반을 넘기며 이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20~30대의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든지 하는, 뭔가 ‘뜨겁고 강렬한’ 대책이 필요하다. 두 사람의 지지층을 합칠 때 물 한방울 새지 않도록 하는 건 기본이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이 전국을 함께 돌며 <에스비에스> ‘힐링캠프’ 방식의 토론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주제에 따라, 취업난에 풀죽어 있는 대학생들,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재벌에 밥그릇을 뺏기는 자영업자 등을 불러내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형식은 편할수록 좋다. 넥타이는 풀어 던지고 셔츠 소매는 걷어올린 채 함께 울고 웃었으면 한다. 하지만 내용은 치열해야 한다. ‘삶의 무게에 허리가 꺾인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이 각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이를 현실에서 실행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둘이 경쟁하며 스스로의 약점을 깨닫고 자신을 벼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은 의도적으로라도 왼쪽으로 이동하는 게 좋을 듯하다. 좀더 평등주의적이고 계급적이며 급진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사실상 붕괴된 현실에서 전체 지지층의 품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좀체 달아오르지 않는 야권 지지층의 열기를 되살리는 첫 점화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지지자들로 하여금,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우리 후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힐링캠프의 요체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문재인이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어떻게 성찰하는지, 혁신도 없고 감동도 없는 민주당의 구태를 어떻게 뜯어고칠 것인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지지자들도, 정당 기반이 없는 안철수가 어떻게 대중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동원할지, 백면서생으로 보이는 그의 실천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될 거다. 이를 통해 진보와 중도가 만나고, 두 사람 지지층은 넓어지고 깊어지리라 기대해본다.

최종적인 단일화 방식은 이런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면서 천천히 결정해도 될 거다. 여론조사도 좋고 국민경선도 좋다. 어쩌면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자연스레 한쪽 후보의 결단도 가능할 것이다.

김의겸 정치·사회 에디터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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