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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미국 방산업체의 나비효과 / 박현

등록 2012-09-20 19:28수정 2012-09-20 21:26

박현 워싱턴 특파원
박현 워싱턴 특파원
최근 자동차로 쇼핑센터를 찾아가다 길을 잘못 들어 그 옆 건물 단지로 들어간 적이 있다. 쇼핑업체 간판들이 안 보여 쇼핑센터가 아닌 걸 알아차리고 곧바로 나왔다. 나오다 보니 단지 들머리에 ‘노스럽 그러먼’이라는 간판이 조그맣게 붙어 있었다. 내심 놀랐다. 노스럽 그러먼이라면 전투기와 군함 등을 만드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방산업체인데, 외부인의 단지 출입을 이렇게 자유롭게 허용해 놓는 게 좀 의아스러워서였다. 문득 이곳에서 방산업체는 범접하기 힘든 특수한 회사가 아니라, 일반 회사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방산업체는 봉급도 많이 주는 꽤 괜찮은 일자리에 속한다. 노스럽 그러먼만 해도 지난해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72위에 올라 있다. 직원 수는 약 7만5000명이나 된다.

미국에서 군수와 직접 관련된 인력은 군과 민간인을 합해 모두 235만명에 이른다. 연관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숫자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다. 미국제조업협회가 올해 내놓은 자료에서,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군사비를 삭감하게 되면, 군과 직접 관련된 일자리는 20만개, 연관 산업 일자리는 120만개 없어질 것이라고 추산한 것을 보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회사와 금융회사 등 일반 회사들이 휘청거리면서 미국에서 군사 관련 산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안보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우리와 별 상관이 없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며칠 전 미국은 일본에 미사일방어(MD)용 고성능레이더(이른바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를 추가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명분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계약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방산업체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엠디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소식들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는 호재가 되겠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당장 중국은 엠디 추진이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핵억지력이 위협당할 것을 우려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미·중·일 강국들 사이에 낀 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분위기대로 가면 중국의 군비 확장과 일본의 군국주의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남북한은 이들과 경쟁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자칫 무력충돌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여기에 휘말려들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반도의 위정자들은 무사태평인 것 같다. 북한 정부는 핵개발을 지속해 주변국들에 군비 확장의 빌미를 제공하고, 남한 정부는 평화를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대결 국면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만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 5년간 망쳐놓은 남북관계를 원상회복시키지는 못할망정 차기 정부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다. 남북이 힘을 합해 목소리를 높이면 동북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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