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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미국의 동아시아 진출과 남북한의 미래 / 남태현

등록 2012-09-26 19:22수정 2012-09-27 13:41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일본, 중국,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하필 대만 바로 위에 있는 댜오위다오(센카쿠) 섬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주장으로 감정이 한창 고조될 때 이 지역을 찾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미국이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두 나라의 영토분쟁에 묘하게 끼어들게 됐다. 하지만 파네타의 일본 방문에서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미·일 양국은 파네타의 방문을 통해 레이더 설치에 합의했다. 혼슈 북쪽에 있는 기지에 이어 미사일 방어 레이더를 하나 더 설치하는 데 기본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이 ‘AN/TPY-2’로 불리는 레이더는 특히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으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포착할 수 있다. 파네타는 이 레이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레이더의 설치 목적은 미국의 일본방위력을 증가시키고… 미국 본토를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지키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을 의식한 듯 이미 중국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걱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겨냥한 이 레이더 설치를 두고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미·일 양국의 대북 인식이다. 계속되는 호전적 발언과 국지적 도발, 핵개발로 인해 두 나라는 북한이 ‘언제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위험한 국가’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는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 결과가 두 나라로 하여금 더더욱 안보를 걱정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야구방망이도 야구선수가 들고 있을 때와 검은 가죽점퍼에 험상궂은 얼굴을 한 이가 들고 있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조처는 파네타의 말대로 두 나라, 더 나아가 이 지역 안보를 위해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실제 힘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에 탄도미사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거듭된 실패에서 보이듯 아주 초보적인 수준임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면 미국엔 탄도미사일이 몇 개나 있을까? 냉전이 끝난 뒤 수천개에 이르던 것을 줄여 현재는 488개를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지상 탄도미사일만을 말하는 것이고, 잠수함 탄도미사일 288개와 핵폭격기 115대 등을 뺀 숫자다. 그리고 정작 미사일에 실을 내용물, 즉 핵탄두만도 미국은 5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10개 안쪽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초보적인 핵탄두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질 않는다.

이 많아야 10개 안쪽인, 그것도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핵폭탄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스스로 초토화될 것을 알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러니 이 새 레이더가 겨냥한 것은 북한만이 아닌 것이다. 정작 그 상대는 중국이라고 보는 게 맞다.

여기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설명을 쓰더라도 북한의 위협은 미국의 동아시아 진출에 좋은 구실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의 진출은 중국의 군비확장과 일본의 대응을 순차적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강대국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반도는 또 한번 격동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남북간의 긴장 완화가 절실함을 웅변하기도 한다. 새 대통령이 누가 되건 남북간의 긴장 완화는 정치적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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