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퍼드레기 / 강재형

등록 2012-09-27 19:36

“굴을 처음으로 먹은 사람은 참으로 대담한 사람이다.” <걸리버 여행기>로 널리 알려진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고상한 대화>에서 한 말이다. 그럴듯한 얘기이다. 굴의 껍데기와 속살은 얼핏 흉물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냄새도 강한데다 물컹한 질감 또한 썩 좋다 할 수 없는 생물을 처음 먹은 조상은 대담한, 또는 앞뒤 안 가리고 먹어보는 미욱한 사람일 것이다. 대담하든 미욱하든 낯선 무언가를 먹어본 조상이 있기에 지금 우리 밥상은 풍성해질 수 있었다. 굴이 그러하듯 산야에 널린 풀과 열매, 뿌리도 ‘대담한’ 누군가 있었기에 식용 여부가 가려졌을 테니 말이다.

대체로 음습한 곳에 자생하는 버섯도 그러하다. 광대버섯, 구슬버섯, 그물버섯, 기와버섯, 깔때기버섯, 달걀버섯, 말굽버섯, 못버섯…. 이처럼 주로 생김에 따라 이름 붙은 버섯 가운데 송이버섯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송이가 버섯의 으뜸 자리에 오른 것은 ‘100퍼센트 자연산’이어서 그럴 것이다. 맛으로 치면 ‘1능이, 2표고, 3송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한가위를 전후해 ‘봉화송이축제’, ‘양양송이축제’, ‘울진금강송송이축제’처럼 송이를 내세운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어른들 따라 송이 채취에 나선 기억을 떠올리며 ‘송이 맛은 퍼드레기가 최고’라 하는 경북 봉화 출신의 사진작가를 만났다. ‘퍼드레기’는 갓이 완전히 퍼져 상품으로 내놓기에는 너무 자란 ‘등외품’을 이르는 지역어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는 ‘퍼드레기’를 강원도 강릉 방언으로 보고 ‘갓버섯’을 표준어로 제시하고 있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퍼드레기’는 강원도뿐 아니라 송이가 나오는 여러 지역에서 쓰고 있는 표현이며, 무엇보다 갓버섯은 송이와 다른 버섯이기 때문이다. 송이 산지에서는 ‘퍼드레기’를 ‘갓송이’라 하기도 한다. 현지 언중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답은 쉽게 얻을 수 있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한겨레 인기기사>

“천안함 사건 해역서 기뢰폭발” 첫 증언 나왔다
장하성 “안철수 아니라 ‘안철수 현상’을 택했다”
금융 민원 1등은 ‘보험’
‘성매수’ 기무사 간부들, 대타 써서 형사처벌 피했다
웅진홀딩스 법정관리행…회장부인 ‘씽크빅’ 주식 미리 처분
파리에 ‘지단 박치기 동상’ 세워져
[화보] 싸이, ‘강남스타일 신드롬’ 일으키며 입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