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규 정치부장
요요 바퀴가 끈을 타고 주르륵 내려갈 땐 다시 올라오지 못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쑥쑥 솟아오르며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다. 다이어트로 한때 체중이 줄어들지만 곧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것을 ‘요요현상’이라 하는데, 요요의 우수한 복원력에서 유래한 용어다.
박근혜의 지지율은 요요의 복원력을 떠올린다. 악재를 만나 하락했다가도 뭔가 계기가 생기면 곧바로 원래의 수치를 회복하곤 한다. 1주일 단위로 여론조사를 하는 ‘리얼미터’의 조사를 보면, 20%대에 머물던 지지율은 1월 말에 30%대로 진입했고 4월 총선을 거치면서 40%대로 훌쩍 올라서더니 7월 중순까지 그 기세를 이어갔다. 7월부터는 30%대로 빠졌다가 40%대로 복귀하는 ‘지지율 요요현상’이 뚜렷하다.
흔히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3자 구도가 확립된 이후 박근혜의 지지율이 크게 빠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착시다. 박근혜의 다자대결 지지율은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대세론을 구가하던 시절의 40%대를 이미 회복했다. 10월 넷째 주 지지율은 43.9%, 올 들어 최고치다. 문재인, 안철수의 지지율이 오른 것이지 박근혜 지지율은 빠지지 않았다. 지지층이 그만큼 견고하다는 얘기다.
박근혜 지지율의 마법 같은 복원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20%대에 머물던 지지율이 30%대를 회복한 것은 1월 넷째 주였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 실현, 유연한 대북정책을 명시한 새 정강·정책을 내놓을 즈음이었다. 4·11 총선 직후 40%대로 솟구친 지지율은 4개월 동안 고공비행을 하다 7월 셋째 주 30%대로 내려앉았다. 5·16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해 역풍에 휩싸인 직후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40%대를 복원한 지지율이 다시 30%대로 내려앉은 것은 인혁당 발언 파문 무렵이었다.
그의 지지율은 대체로 명분에 따라 움직였다. 변화를 내세울 땐 올랐고, 과거에 집착할 땐 빠졌다. 밖에 대고 박근혜 지지한다고 말하기 창피할 땐 빠졌고, 약간의 명분이 생기면 다시 올랐다. ‘핑계만 달라, 그러면 지지할 준비는 돼 있다’는 게 박근혜 지지층의 요구로 요약된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지지율이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강탈이 아니라는 등의 기자회견으로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졌지만 사흘 뒤 발표된 조사에선 지지율이 연중 최고치였다. 지지할 명분이 줄었는데도 다자대결, 양자대결 모두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건 박근혜 지지층이 ‘묻지마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징후다. 이런 단계에서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효력을 발휘하는 건 명분이 아니라 ‘우리 편 의식’이다. 대통합을 외치며 봉하마을에 갔던 박근혜가 노무현 공격의 선두에 서고, 그의 선거운동을 총괄하는 김무성이 무람없이 색깔론을 펴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지지층은 상당 부분 겹치지만 이질적인 층도 꽤 있다. 무당파 안철수 지지층과 골수 친노는 ‘물과 기름’은 아니지만 ‘모래와 자갈’ 정도는 된다. 모래와 자갈에 물과 시멘트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버무리고, 유해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양생을 잘하면 돌보다 단단한 콘크리트가 된다. 그러나 재료의 배합이 적절하지 않거나 양생에 실패하면 균열이 생겨 쉽게 깨지고 만다. 단일화가 문재인, 안철수 지지층을 단단하게 결합시키는 시멘트 구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을 정성껏 조심스럽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부서지기 쉬운 부실한 혼합체가 탄생할 수 있다. ‘돌로 깨도 깨지지 않을 박근혜 지지층’과 ‘엉성하게 뒤섞인 문·안 지지층’의 대결 결과는 자명하다.
임석규 정치부장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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