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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안철수 불안하다 / 한귀영

등록 2012-10-28 19:22수정 2012-10-29 09:26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대선 60일을 앞두고 에스비에스 등 네 기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대선패널 조사에 따르면 3개월 전과 비교해 박근혜, 문재인 지지층은 각각 84.1%, 86%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안철수 지지층은 68.8%만이 유지되고 있다. 패널 조사는 후보 지지도의 변화와 원인을 설명해주는 강력한 자료인데, 유력 후보 3인 중 안철수 지지층이 가장 유동적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박근혜 지지층은 매우 견고하다.

박근혜 지지층의 견고성은 최근 조사에서 3자 구도를 가정할 때 40%를 훌쩍 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인혁당, 정수장학회 등 여러 악재로 인해 지지도가 타격을 받는 듯했으나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층의 결집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철수 후보는 여론조사 수치로는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보이지만 패널 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지지층의 이동성이 크고 내용적 견고성이 떨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철수 후보는 지지층을 유지하고 새로운 지지층을 동원하기 위해 대중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이슈와 어젠다를 제기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의원 정수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쇄신안은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압박이 거세지면서 빠른 시일 내에 지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 속에 기존 안과 차별화된 참신한 어젠다를 제기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화제성, 논란의 유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둔 듯하다. 정치의 쇄신이 아니라 정치의 축소, 구조조정안이라는 비판도 높지만 정치권을 기득권·특권으로 비판한 안철수 후보 쪽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치는 더 평등하고 살 만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과 같다.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낡은 정치라는 목욕물을 버리려다 정치라는 아이까지 버리는 위험성이 다분하다.

안철수 후보
안철수 후보
최근 안철수 후보의 행보를 보면 조급하고 불안해 보인다. 특히 수치로 나타나는 지지도에 조급한 나머지 지지층의 열정, 견고함 등 내용적 측면에는 둔감하다. 지지도 상승을 위한 차별화된 어젠다, 더 자극적인 어젠다에 대한 압박 속에 원칙과 우직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지도에만 신경 쓰다 지지도의 내용이 부실해지는 지지도 함정에 빠진 듯하다.

안철수 후보의 준비 정도, 능력, 노선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안 후보는 자신을 진보-보수가 아닌 상식파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상식이 어느 쪽을 향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또한 이념구도를 거부하면서 중도, 중간을 지향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도는 중립이나 중앙이 아니다. 중도도 일정한 가치와 방향성을 지닌다. 중간으로는 대중을 움직일 수 없기에 안 후보는 중도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이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안철수 현상’이 오히려 시들해지고 있다. ‘안철수 현상’ 속 상상의 안철수가 아니라 현실 정치인, 세속화된 안철수로 안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지도 압박 속에 정치 때리기 등 정치의 부정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변화를 바라는 젊은층의 열정을 동원하기 어렵다. 정치 외부자나 경계인이 아닌 정치인 안철수가 정치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우직하게 보여줌으로써 변화에 대한 열망에 대답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이 꺾일 때 ‘안철수 현상’이라는 그릇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던 젊은이들, 소외된 약자들의 기대와 희망도 꺾일 수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oc.kr

[관련 영상] <한귀영의 1 2 3 4> ‘매직 넘버 70’…투표율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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