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실력이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대학에 가지 않고 곧바로 프로선수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더 기량을 닦고 학위를 얻기보다는 그 시간에 프로선수로 뛰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포기해야 할 프로선수 생활처럼, 어떤 일을 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할 다른 일의 경제적 이득을 경제학에선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합리적인 경제인은 이렇게 기회비용을 따져 행동한다고 경제학 교과서는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흔한 질문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길을 걷다가 100달러 지폐를 발견했다면 주워야 할까? 2003년 430억달러였던 그의 연봉은 휴일과 잠자는 시간까지 포함해도 1초에 1363달러다. 따라서 그가 100달러 지폐를 줍는 것은 회사 쪽에서 보면 시간을 허투루 쓰는 일이다. 물론 돈을 줍든 말든 연봉을 다 받을 수 있으니, 게이츠로선 줍는 게 이익이다.
그런데 사람이 늘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행동하지는 않는다. 20세기 초 ‘월가의 악녀’로 불린, 미국 역사상 가장 부자였던 헤티 그린은 편지봉투에서 떨어진 2센트짜리 우표를 찾기 위해 밤 늦게까지 마차를 뒤진 적도 있다. <월스트리트 제국>을 쓴 존 스틸 고든은 “우표를 찾는 동안 그린의 자산에는 당시 미국 중산층 가정의 연평균 수입과 맞먹는 이자가 붙었다”고 했다.
몇 해 새 천정부지로 치솟은 강남 집값도 기회비용 논리로 따져볼 수 있다. 강남의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2억5천만원이면 똑같은 집에 전세로 살 수 있다. 나머지 7억5천만원에는 연리 4%로 셈해 연간 3천만원의 이자가 붙는다.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에 해당하는 이 돈이 바로 ‘소유’의 기회비용이다. 욕실 사용료로만 연간 약 300만원을 추가로 쓰는 셈이다. 앞으로도 집값이 매년 3천만원씩 마르고 닳도록 올라야 본전인데, 그게 가능할까?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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