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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개헌의 조건 / 김규원

등록 2012-11-04 19:15

김규원 정치부 기자
김규원 정치부 기자
최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헌법 개정을 다음 대통령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1987년 헌법의 문제점을 고치고 시대정신에 맞는 내용을 헌법에 담자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제안했고, 이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의 최대 관심사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일은 역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일이다. 실제로 문 후보의 ‘책임총리제’, 이 의원의 ‘분권형 대통령제’, 2009년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와 2011년 새헌법조문화위원회의 ‘이원정부제’는 모두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현직 김황식 총리도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은 대통령과 외교안보 부처가 서울에 남고, 총리와 경제사회 부처가 세종시로 가는 균형발전 정책과도 아귀가 잘 맞는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하는 이유는 대통령중심제가 개인에게 행정권(집행권)을 몰아주는 권위주의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승자 개인의 권력 독점을 전제하고 있고, 국가 수장과 행정부 수장을 한 사람이 겸직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이 발붙일 여지를 작게 만든다. 반면 의회중심제(의원내각제)는 개인보다 정당이 집권하는 성격이 강하며, 국가 수장과 행정부 수장이 다르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의회를 가진 미국과 달리 한국 의회에서는 여당이 통상 대통령에게 종속돼 있어 견제도 매우 어렵다.

대통령제를 처음 만든 제임스 매디슨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생각은 역설적으로 ‘선거로 뽑히는 왕’(대통령)으로 하여금 의회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제의 권위주의적 성격은 얼마간 타고난 것이다.

둘째로 4년 중임제를 도입해 대통령의 임기를 확대한다면,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회 선거를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도록 해야 한다. 대선과 총선을 2년마다 번갈아 치르면 시민은 2년마다 대통령과 의회의 활동을 평가하고 권력 상황을 변경할 수 있다. 2년 동안 일을 잘한 대통령은 의회 선거에서 이기고, 일을 잘못한 대통령은 의회 선거에서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면 4년 동안 시민들은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을 전혀 통제할 수 없다. 의회 선거에서 이긴 대통령은 4년 내내 편하게 일할 것이고, 의회 선거에서 진 대통령은 4년 내내 고생할 것이다.

셋째로 국회의원, 특히 비례대표의 수를 늘려야 한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의 연구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의 수준에 맞출 경우 현재 300명인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510~997명이 돼야 한다. 국회의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대표자들이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거대해지고 강력해지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 역시 중대한 이유다. 시민의 반대 여론이 부담스럽다면 총비용을 동결하고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양원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물론 프랑스 정치가 에마뉘엘 시에예스의 지적처럼 상원이 “무용하거나 유해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회에서 다수의 횡포(날치기)와 그에 따른 정치 과정의 과열이 악순환되는 한국에서 ‘지연과 재고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는 상원을 도입하는 일은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다. 더욱이 비례대표와 직능대표, 지역대표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으므로,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상원 도입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규원 정치부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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