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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단일화=정권교체’ 발상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등록 2012-11-11 19:34수정 2012-11-12 15:38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 프리즘] 집권이 전부는 아니다 / 한귀영
2012년 대통령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2002년 대선과 비교된다. 특히 후보 단일화가 다른 정책 이슈를 압도하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누가 단일후보가 될까, 단일후보가 되면 이길까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정치적 에너지가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로 모이는 상황, 즉 ‘정권교체 지상주의’는 위험하다. 오히려 정권교체 이후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02년 대선에서도 국민들의 열정과 열망은 뜨거웠지만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몇 개월이 채 못 되어 실망과 절망으로 변했다. 당선 직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를 웃돌았지만 취임 6개월 만에 30%대로 하락하면서 자신의 대선 득표율 48.9%에도 크게 못 미쳤다. 당시 가장 먼저, 대규모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접은 층은 40대, 중도성향층 등이었다. 바로 후보 단일화 전까지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층이다. 가치와 지지 기반이 상이한 두 후보의 불안전한 선거연합이 낳은 결과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반이회창,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가능하게 했던 특권, 기득권 타파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지지층도 등을 돌렸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용산참사 등 대중의 저항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임기 4년차까지 40%대를 유지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했던 것은 보수지지층 내부가 균질하고 응집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완전한 선거연합을 통해 형성된 지지 기반은 한번 와해되면 회복하기가 불가능하지만 보수지지층은 와해된 것 같아도 다시 강고하게 결합한다.

보수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한국의 정치 지형상 민주진보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선거연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1997년의 디제이피(DJP) 연합, 2002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선거연합이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국정운영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선거연합이 상층 차원에 머무르면서 정작 상이한 가치와 이해를 지닌 유권자 차원의 연합은 도외시되었기 때문이다.

완전한 선거연합을 위해서는 당장 단일화 과정에서 새 정부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책,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 함께할 인물 등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어야 하고, 이 과정을 양 후보의 지지층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여러 정책 중에서도 신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고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취임 6개월 동안 최우선으로 수행할 과제를 합의하고 지지층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문재인 지지층과 안철수 지지층이 연합하는 과정은 서로의 가치는 물론 땀과 열정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소극적으로 응원석의 관중에 머무르지 않고 선수로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응원석에 있는 관중은 서로 섞이기 어렵다. 또한 경기가 끝나고 나면 뿔뿔이 흩어진다. 선거연합은 정해진 규격의 운동장에서 제한된 선수들이 뛰는 것이 아니라 참여 의지가 있는 지지층이라면 누구나 선수로 뛸 수 있는 역동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여론조사나 담판은 지지층을 응원석으로 제한시킬 위험성이 높다. 지지층 스스로가 직접 참여해 만들어낸 단일화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시간이 없고, 구사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적일 것이다. 지지층을 응원석이 아닌 운동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창의적 발상이 절실한 시간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oc.kr

[관련 영상] <한귀영의 1 2 3 4 #6>‘투표하라 1997’···30대 표심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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