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대선 지지율 집계가 시작된 1936년 이래 가장 예측하기 힘든 초박빙 선거라는 호들갑이 무색할 정도다.
최종 결과는 선거인단 332 대 206, 총 득표수 6171만3086표(51%) 대 5851만150표(48%). 11개의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중 오바마가 내준 곳은 노스캐롤라이나뿐이었다. 공화당으로선 밋 롬니 후보가 <시엔엔>(CNN)의 오바마 당선 확실 보도 뒤에도 1시간 이상 패배를 인정하지 못할 정도의 충격적 패배였다.
하지만 선거 뒤 나온 외국 언론의 분석을 보면, 오바마의 낙승은 필연이었다. 우선 오바마는 빈부격차 해소와 복지 증대, 분배 강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낚아챘다. 2008년 미국발, 2011년 유럽발 경제위기가 몰고온 대세를 놓치지 않았다.
롬니가 선거 때 가장 힘을 쏟은 건 오바마의 경제 실정에 대한 공격이었다. 오바마가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실업률이 늘었고, 정부 재정을 파탄 냈다고 비판했다.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로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가의 부자들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도왔다. 반면 오바마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자동차산업을 살렸고, 의료보험을 전국민이 혜택받는 방향으로 개혁했고, 실업률도 좋아지고 있다고 반격했다. 집권 2기에도 정부 주도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중간층이 오바마를 지지했고, 결국 오바마가 이겼다.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가 시대 역행의 경제기득권을 누른 셈이다.
오바마는 시대 흐름뿐 아니라, 인구 구성 및 시대 변화가 몰고온 득표전에서도 승리했다. 오바마와 롬니는 둘 다 승부처인 오하이오 등의 경합주를 선거기간 내내 시계추처럼 왕복했다. 그러나 오바마 쪽은 방법이 달랐다. 롬니가 공화당 주력 지지층인 백인에 선거운동의 중심을 뒀다면, 오바마는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 등 소수집단과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데 중점을 뒀다. 그저 중점만 둔 게 아니라 디지털시대에 맞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이메일 등을 통한 맞춤형 운동을 철저하게 전개했다. 젊은이의 65%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소수집단 유권자의 비중이 28%로 증가한 현실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우리 대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바로 ‘중원을 장악하고 새로움을 선취하는 자가 이긴다’는 교훈이다. 특히 양자대결 구도에선 중원의 확보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우리나라의 중원은 이념적으로 경제민주화, 지역적으론 충청, 세대별로는 40대로 요약할 수 있다.
4·11 총선을 되돌아봐도 중원이 승패를 갈랐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미리부터 승리감에 취해 진보 색깔을 강화하는 데만 골몰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만 공격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자만했다. 이에 비해 위기를 절감한 새누리당은 당명, 상징색뿐 아니라 정강·정책까지 싹 바꿨다. 성장 대신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고 민주당이 비워 놓은 중원을 치고 들어갔다. 지역에서 ‘한국의 오하이오’라고 할 수 있는 충청을 장악했다. 갸우뚱하던 40대도 새누리당의 대변신에 눈길을 돌렸다.
12월 대선은 총선 때와 구도가 크게 달라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총선 때의 경제민주화에서 다시 보수 본연의 성장 쪽으로 돌아섰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손을 잡으며 야권의 중심을 이전보다 좀더 가운데로 옮겼다.
이번 대선도 승패는 중원 전투에서 갈릴 것이다. 변화된 지형과 전략에 중원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
오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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