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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국세청, 4년 전 그리고 지금 / 김이택

등록 2012-11-22 19:25수정 2012-11-22 19:54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역사는 반복된다. 처음엔 비극, 두번째는 희극으로…”란 말은 변함없는 진리인 모양이다.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세무조사로 비극을 불러왔던 국세청이 이번엔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증여세 포탈 사건을 넘겨받았다. 희극으로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씁쓸한 역사의 반복이다.

지난달 국세청 국정감사장에서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튼 3분짜리 동영상은 유쾌하지 않은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검찰에 나온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수사관에게 대답한다. “안(원구) 전 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을 잘 안다고 해서 (세무조사에) 투입하려 했지만, 베트남 국세청장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더라.” 태광실업 계열사가 있던 베트남 국세청의 협조를 얻어내려 업무 관련성도 없는 서울청 세원분석국장, 그것도 물먹고 물러나 있던 사람까지 불러낼 만큼 총력동원 체제로 표적조사를 벌였다. 재계 서열 600위권 지방 중소기업을 잡기 위해 서울청 조사4국 정예요원들을 투입한 끝에 결국 박연차 회장을 검찰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 헌정사상 초유의 비극의 씨앗은 국세청이 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전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이제 저격수는 그대로인 채, 과거의 후견인이 표적으로 던져졌다.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은 2008년 3656만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그런데 2010년 2월 서울 삼성동 43평짜리 아파트에 6억4000만원 전세로 입주했고 올 4월 1억원을 올려줬다. 애초 전세금 가운데 3억8100만원은 청와대 직원들이 송금했고 이 가운데 1억4000만원은 구권 화폐였다고 한다. 2008년께부턴 은행에서도 구할 수 없던 돈이니 누군가 감춰뒀던 비자금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10년 8월 다스 입사 전까지 연봉 3500만원의 한국타이어 신입사원 경력이 고작인 그에게 누가 그런 거액을 줬을지는 불문가지다. 특검이 증여로 본 12억원뿐 아니라 이 돈 역시 증여 혐의가 짙다.

국세청이 박연차 사건 때와 비교해 그 노력의 10분의 1만 기울여 특검이 들추려던 계좌만 슬쩍 들여다봐도 비자금 실체가 줄줄이 엮여서 나올 판이다. 조세범처벌법엔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고, 재산 은닉 행위는 이에 해당한다(제3조 6항 4호)고 돼 있다. 내부 고발기준(탈세액 5억원)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반인이면 세금만 내면 끝날 사안”이라는 둥 반응이 시큰둥하단다. 총력동원은 못해도, 드러난 사건까지 덮는다면 국민도, 먼 곳의 그분도 맘이 편치 못할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이 대통령은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5년 전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뒤지던 지지도가 북한 핵실험 한방으로 뒤집히더니 도곡동 땅과 다스 차명보유 논란도 검찰의 협조로 잘 넘겼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내곡동 사건 등 곤란한 일들은 부하들이 방패막이가 돼 막아줬다. ‘종편’이란 떡고물을 고리로 수구보수 언론들까지 한편이 돼줬다.

그런데 이제 그에게도 서서히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 내곡동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들킨 전세금 계좌에다 비비케이 특검 당시 드러난 130억원대 비자금 계좌까지 더는 감추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제 다음주 후보 단일화 극장이 막을 내리면 누가 되든 야당 후보가 여권의 약한 고리를 겨냥해 ‘이명박근혜’ 구호와 함께 비자금 의혹부터 들고나올지 모른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 반대로 그를 구해준 박근혜 후보가 과연 끝까지 지켜줄 것인가. 지켜보자.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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