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한국의 대통령선거보다 3일 앞선 12월16일 일본 총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일본 시민들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배경엔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에 대한 실망감, 잦은 수상 교대가 정치 경제적 정체를 불러온다는 불안감이 있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냉소적 반응과 불안감은 역사적으로 파시즘과 독재의 온상이었다. 지금 일본에서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를 비판하면서 “강한 리더십”을 표방하는 우파 정치가들에게 대중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곳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총선거에서는 야당인 자민당이 과반수를 획득하는 것은 어렵지만,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전 연립 파트너였던 공명당과 합쳐 정권을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9년 선거에서 중의원 480석 중 308석을 획득해 압승을 거두었던 여당 민주당은 100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하시모토 오사카시장과 이시하라 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일본유신회가 민주당을 제치고 제2당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패배는 기정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참패하는지 그 수준에 따라 총선거 이후 일본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다.
민주당이 의석을 잃더라도 제2당 자리를 차지할 경우 자민당과 공명당 내에는 민주당을 포함한 대연립 구상이 다시금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뒤틀림 현상’을 뛰어넘어 일본이 직면한 여러 과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초당파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배경에 있다. 대연립 구상은 그간에도 몇 차례 시도된 적이 있다. 민주당을 포함하더라도 이러한 대연립 정권은 이념적으로는 ‘보수’이며 정책 면에서도 ‘우파’적 경향을 보일 것이다.
한편 만약 민주당이 참패하고 일본유신회가 약진할 경우 아베 신조 총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은 일본유신회와의 연계를 꾀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보수 대연합을 넘어서 극우 대연합이 일본 정치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되는 시나리오다. 이번 선거는 일본 정치가 보수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극우로 한발 더 나아가는지를 가늠하는 기로라고도 할 수 있다.
아베 자민당 총재는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인정, 자위대의 국방군 격상 등 일련의 우파적 주장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재검토할 의향도 밝혔다. 아베 총재를 포함한 보수 정치가들의 종래의 지론이지만 이번에는 실행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2006년 수상에 취임했을 때 아베는 자신의 신념을 억제해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단념하고 중-일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우파적 이념은 외교에 직결되지 않는 애국심 교육과 같은 내정에 국한시켰다. 그러나 이런 타협적인 태도가 오히려 자신의 정권을 약체화시켜 단명으로 끝냈음을 ‘후회’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만약 아베 신정권이 고노 담화 재검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공무원 파견 등 강경정책을 공약대로 실행할 경우, 한국이나 중국과의 관계는 심각한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다음달 선거로 탄생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은 아마도 당선 직후부터 대일관계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 남북관계보다도 한-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초미의 정책과제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방외교’라는 차원에서도 상황의 잠재적 심각성을 일본 정계에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한겨레 인기기사>
■ 이회창 “안철수 자살하게 만든 문재인”
■ 기자한테 문자 잘 못 보낸 검찰, 꼼수 ‘들통’
■ 박근혜 후보의 결핍에 관하여
■ 꼬르륵 소리 3번 들리면 젊어진다?
■ [화보] 이 많은 정책들 과연 다 지킬 수 있을까?
■ 원더걸스 선예, 내년 1월 선교사와 결혼
■ 예의 없는 학생, 그들이 내 스승
■ 이회창 “안철수 자살하게 만든 문재인”
■ 기자한테 문자 잘 못 보낸 검찰, 꼼수 ‘들통’
■ 박근혜 후보의 결핍에 관하여
■ 꼬르륵 소리 3번 들리면 젊어진다?
■ [화보] 이 많은 정책들 과연 다 지킬 수 있을까?
■ 원더걸스 선예, 내년 1월 선교사와 결혼
■ 예의 없는 학생, 그들이 내 스승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