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철 논설위원
4월 총선 직전 쓴 칼럼에서 선거 결과를 두고 내기를 했다고 적었다. 당시 내기 내용은 밝히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한자릿수 이내 의석 차로 패배하는 데 걸었다. 개표 결과 의석 차는 20석 이상이 났다. 내기 상대방은 한 석이라도 야당이 이기는 데 걸었으니 내가 내기에 이긴 셈이다. 내기나 뽑기에서 뭔가 건진 희귀한 사례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두고 다시 내기를 하라고 하면 오차범위 안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하는 데 걸겠다. 현재의 여론조사나 전문가들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안전빵’인 셈이다. 다만, 표차는 불과 1~2%포인트일 수 있다. 어찌됐든 안철수가 가세했고, 진보의 총결집이 이뤄지겠지만 문재인이 박근혜를 따라잡는 데 1%포인트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가 또다시 ‘역전의 여왕’임을 입증하는 코스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4월 총선과 닮았다. 총선 직전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야당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실제 결과는 반대였다. 대선 역시 단일화만 되면 야권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단일화가 이도 저도 아닌 방식으로 끝나면서 보수는 총결집했고 진보는 스텝이 꼬였다.
문재인을 두고 애초부터 2% 부족한 후보라고들 했는데, 거기에는 그가 친노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유권자들은 노무현의 진정성을 알지만, 노무현의 실패를 다시 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노무현이나 참여정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답답하고 막막해진다. 친노가 얼굴마담이라도 내세워 정권을 탈환해야지 아예 전면에 나서 모든 걸 다시 잡겠다고 하는 건 위험한 도박이다. 물론 문재인도 처음부터 나서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박근혜가 괜찮은 대통령감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버지한테 나랏일을 배워서 기본은 할 거라 생각했는데 지난번 ‘나홀로 티브이토론’을 보고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홀로 토론에서 박근혜는 세상 물정 모른 채 공주처럼 살아온 자신의 생얼을 그대로 노출해버렸다. 남이 써준 답만 읽을 뿐 정책적 체화도는 빵점에 가까워 보였다. 박근혜에게 나랏일이란 아무런 정책적 잣대 없이 그저 권력놀음 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4일 밤 선관위 주최 첫 ‘3자토론’에서도 이런 개념없는 모습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 선거 예측은 틀리라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예측을 두고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문재인이 1~2%포인트 차로 이길 수도 있고, 5%포인트 이상의 차로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맥을 짚어서 한발 한발 나아가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진보진영 입장에서 보면 지금 국면은 뒤늦게 출발해 별 재주를 다 부려서 세력을 총결집했더니 결국 1%포인트 지는 형국이라면 너무 패배주의적인 생각일까? 문재인이 마의 1~2%를 넘어서려면 뻔히 보이는 행보로는 어렵다. 진보 총결집에다 플러스 알파를 얹는 의외의 ‘다걸기’가 필요하다.
사실 단일화가 이처럼 복잡하게 꼬인 것도 문재인이 모든 것을 일거에 정리하는 ‘한방’을 내놓지 못하고 끝까지 미적거렸기 때문이다. 남은 보름 문재인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안철수와의 협력이 문제라면 파격적인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 참여정부의 실패가 문제라면 실패한 그 지점부터 겸허히 반성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이 야당의 ‘얼치기 좌회전’을 걱정한다면 목소리만 과격한 구호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12월19일 대선 당일 선거 내기에서 내가 보기 좋게 져도 좋으니 말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한겨레캐스트 #3 -오피니언] 안철수 현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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