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영토분쟁 푸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 / 이시재

등록 2012-12-04 19:17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한·중·일 동아시아의 국제관계가 영토분쟁을 계기로 급속하게 악화되어 가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영토분쟁을 계기로 1년 사이에 62%에서 39%로 내려앉았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더욱 나빠져, 중-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행사 등 두 나라 사이의 국제행사와 중국인들의 일본 방문이 취소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28일 일본 시민들은 ‘영토문제의 악순환을 멈추자’는 호소문을 발표한 바가 있다. 11월13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중국 베이징대 왕위안저우 교수, 연세대 백영서 교수 등이 한-중 역사인식의 충돌과 영토분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특히 11월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0차 동아시아 사회학자 학술회의에서도 영토분쟁을 걱정하는 한·중·일 학자들의 입장표명이 있었다. 베이징대의 셰리중 교수가 영토분쟁의 해결책으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는 동아시아 영토문제 해결에서 무력행사에 의한 해결, 평화협상의 패러다임, 그리고 ‘상호의 차이를 일시 미루고 공동발전을 추구한다’는 덩샤오핑 원칙의 한계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유럽공동체와 같은 동아시아공동체의 건설이야말로 영토분쟁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에게 큰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주장은 덩샤오핑 등 중국 공산당이 역사적으로 추구해온 외교방침과 거리가 있었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은 일본의 와다 하루키 교수, 강상중 도쿄대 교수 등이 이미 제안한 바 있지만 중국 학자들도 이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감동한 것은 중국의 사회학자가 자유로운 입장에서 동아시아 국가 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공감과 감동은 동아시아 영토문제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입장문을 발표하자는 논의로 발전했다. 결의문에서는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근본 원인은 일본의 동아시아 지배와 탈식민지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역사에 기인한다는 점을 우선 확인했다. 동아시아의 사회학자들은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각국 국민들의 민족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며, 국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각 대학과 연구기관은 동아시아의 학자들과 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도록 촉구하며, 동시에 시민들의 소통을 촉진하도록 하여 동아시아공동체의 기초를 다져나가기로 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과 관련해 공동연구, 학술대회 등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고, 이런 동아시아공동체 운동이 한·중·일 3국에 국한되지 않고 이웃나라들에 폭넓게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00여년간 동아시아 각국은 지배와 종속의 역사 속에서도 국민국가 건설을 위해 매진해왔다. 그 영향으로 우리는 국민국가에 깊이 포섭되어 국경을 넘어선 동아시아 전체를 조망하기 어려웠다. 이제 동아시아에 국민국가의 층위를 넘어선 공론공동체, 국가와 독립된 사회 제 세력이 만들어내는 사회공동체, 국경을 넘어선 문화활동을 통한 문화공동체 등 다양한 층위의 공동체 건설을 촉진하고 발전시켜, 국가중심적 동아시아 질서를 상대화하고 비판할 수 있는 다양한 안목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동아시아 사회학자들의 도쿄 결의문은 국경을 넘어선 또하나의 층위로서의 지식인 공동체 건설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한겨레 인기기사>

전여옥 “박근혜,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
김지하, 이번엔 백낙청에 “깡통 빨갱이”
문재인쪽 윤여준 “안철수 지지 언급, 별 도움 안 될 듯”
카드사 ‘안전결제’도 해킹에 뚫렸다
대검 “중수부장 무혐의” 종결…제식구 감싸기?
전주판 ‘도가니’…설립자 조카·처조카까지
[세상 읽기] 김지하의 변신 혹은 변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