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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투표해야 할 이유 / 오태규

등록 2012-12-11 19:21

오태규 논설위원
오태규 논설위원
올해처럼 세계적으로 권력 변동이 심한 해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관련이 깊은 나라만 해도 1월 대만을 시작으로 러시아·프랑스·미국·중국을 거쳐 일본이 16일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려 60여개 나라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졌거나 치러진다니, 민주주의가 생긴 이래 ‘최대의 정치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일 우리나라 대선이 그 대미를 장식한다.

이렇게 수많은 나라에서 권력 교체가 폭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은 인류 사회의 큰 축복이다. 문명의 진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평화적 방법이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 유권자의 투표로 지도자를 뽑는 미국식 민주주의(democracy)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선별적 교육과 실적 평가를 통해 지도자를 길러내는 중국식 업적주의(meritocracy)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2008, 2011년 두 차례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미국과 유럽이고 중국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보니, 중국 방식이 눈길을 끄는 것은 자연스럽다. 바야흐로 세계가 미-중 양강 시대에 진입했다는 점도 중국 제도에 대한 호의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중국식 업적주의를 따르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 중국 방식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실험에 불과하다. 또 보시라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권력층의 부정부패와 전횡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힘든 결정적 약점도 있다.

물론 민주주의에도 허점은 있다.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일찍이 “시민은 투표일에만 자유롭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고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비판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 선거 때만 되면 시장 골목과 광장을 누비며 시민을 위하는 척하다 당선되면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졌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훌륭하다. 우선, 경험적으로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이 없다. 지금까지 나온 어느 정치제도도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제도다. 지금까지 시도된 다른 모든 정치제도를 제외하고는”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는 자정력이란 최대의 무기를 지니고 있다. 비록 주인 노릇이 투표일 단 하루에 그칠지라도, 시민은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 잘못된 지도자를 응징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국민을 업신여긴 지도자는 다음 선거에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날릴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엔 인터넷 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민의를 상시로 더 쉽고 광범위하게 지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대선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투표율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정 연령대의 투표율이 어느 후보의 당선에 도움이 된다거나 전체 투표율이 어느 선을 넘으면 누가 더 유리하다는 식의 분석이 난무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불리한 특정 연령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나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선거운동도 물밑에서 횡행하고 있다.

천박하기 그지없다. 본말전도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의’(義)를 말하지 않고 ‘이’(利)만 추구하는 장사꾼 논리다. 투표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지 누구에 대한 유불리 차원에서 하는 손놀림이 아니다. 유불리는 투표의 단순한 결과일 뿐이다.

투표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인류가 지금까지 발명한 최상의 정치제도가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기권도 선택’이란 말일랑 제발 입에도 담지 마시라.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오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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