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아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당분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안 할 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데 자꾸 착각하게 만들어. 무기력함이 느껴져. 다 소용없다는 생각도 들고 짜증만 나.”
대선이 끝나고 한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자기가 속한 에스엔에스 세계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야만과 폭압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실제 대선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서도 ‘멘붕’을 호소하며 당분간 에스엔에스를 안 하겠다는 사람이 여럿 등장했다. 사람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고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 여겨졌던 에스엔에스가 일부 사람들에게는 대선을 기점으로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심지어 에스엔에스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고 서로 의견을 나눈다. 대선 전부터 전문가들은 에스엔에스가 대선 결과와 투표율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이번 대선은 또 에스엔에스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허용된 첫 선거였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캠프에서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각 후보의 선거 공약과 민생 현장을 전하는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에스엔에스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선거 당일에는 에스엔에스로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투표율을 높이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대선 결과를 토대로 주목해야 할 점은 더 이상 에스엔에스가 젊은이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진보 진영에 유리한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나이 드신 분들도 과거보다 더 쉽게 에스엔에스에 접근할 것이고, 보수 진영도 에스엔에스를 적극 활용해 지지층을 공고하게 다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선거일까지 박근혜 당선인의 트위터 글은 178만2000여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63만1000여건이었다. 카카오톡 친구도 박 당선인은 49만명으로 36만명인 문재인 후보보다 많았다. 이러한 적극적인 에스엔에스 활동은 박 당선인의 보수적이고 구시대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 결과는 물론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남 탓, 자포자기, 체념, 무기력감, 무관심이다. 파편화된 개인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희망은 있다. 과거보다 투표율이 훨씬 높아졌고, 투표자의 48%가 박 후보에게 명확히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65.2%로, 16대 대선에 비해 8.5%나 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탄압으로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기간 동안 에스엔에스를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지도자와 나라의 방향에 대해 소통하고 공감했다. 이런 과정이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에스엔에스 분석가이자 사회학자인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공식은 연결-공감-연대라고 주장한다. ‘고립된 개인’이 ‘연결된 우리’가 되어, 절박한 현실에 대해 ‘공감’하면 오프라인에서 ‘연대’가 이뤄지고 그것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고립을 선택하지는 말자. 이런 때일수록 더 연결하고, 더 공감하자. 며칠 동안 ‘멘붕’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에스엔에스에 올라오는 주옥같은 글들로 마음을 달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려본다. 그래도 고맙다, 에스엔에스.
양선아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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