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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북한의 ‘게임 체인지’와 담대한 협상 / 김연철

등록 2013-01-24 19:35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게임 체인지. 북핵문제의 판도가 바뀌었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은 비핵화를 포기했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말했던 비핵화다. 북핵 협상의 종착점이다. 북한은 이제 6자회담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 새로운 게임, 질이 다른 악순환 국면이 시작되었다.

북한은 핵을 갖고 대화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을 포기해야 대화하겠다는 한·미 양국의 입장을 비튼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은 도발-협상-보상-도발의 악순환을 깨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관성적인 협상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게임 체인지라는 개념을 썼다. 결과는?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재앙, 그 자체다. 6자회담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다. 게임은 실패했다. 협상 국면이 사라진 만큼, 북한의 도발 강도는 거세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은하 3호를 통해 핵무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수단을 확보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은 이미 40㎏ 이상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6~8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최소한 연간 4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미국 전문가들에게 공개한 영변 이외에 시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의심도 존재한다.

북한은 3차 핵실험도 경고했다. 한·미 양국 모두 국면 전환의 의지도 동력도 없는 상황이기에, 북한도 미루지 않을 것이다. 폭발 위력을 과시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우라늄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융합 기술도 실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의 시각으로 북핵문제를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 다른 게임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단순히 과거처럼 6자회담을 재개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난 5년의 경험에서 확인되었지만, 제재가 북한의 질주를 멈출 수도 없다. 한·미 양국 모두 북한의 선제적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악순환의 반복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이 중국조차 대놓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협상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담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평범한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면을 지났다. 위험한 전환의 순간이다. 기다리다 보면 북한이 망할 것이라는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관측하다 도발하면 성명서 발표하는 이명박 정부 식으로 대응할 때도 아니다. 그것은 시민단체나 할 일이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이 될 것이고, 그래서 동북아는 미래를 향한 출구를 상실한 채 냉전과 탈냉전 사이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담대한 협상의 기초는 북핵문제의 구조를 정확히 읽는 것이다. 냉전체제의 종식 없이 냉전의 산물인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급한 일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게임 체인지다. 해결의 의지가 있으면 방법은 찾을 수 있다. 핵무기와 운반수단인 장거리 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함께 다루고, 심도 깊은 초기이행조처를 조율해서 협상의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담대한 협상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우리의 운명을 악순환에 맡길 수 없다. 이념을 앞세울 때가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할 순간이다. 이럴 때 바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담대하게.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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