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변호사
이마트는 노조 설립과 관련한 활동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경찰공무원 등의 명단을 작성하고, 일부 공무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챙기는 방식으로 밀착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마트의 공무원 관리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와이티엔>(YTN)의 2005년 10월5일치 보도(“전공노, 이마트 선물 제공 내역 공개”)에 의하면, 전국공무원노조는 강릉에 있는 이마트가 추석 때 관내 공무원 등에게 선물을 돌린 사실과 관련해 문건을 공개했다. 또한 당시 “충북, 충남, 강원, 대구, 경북 지역 자치단체 일부 공무원들이 청사 주차장에서 추석 선물을 받는 장면을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2005년과 2013년 이마트의 공무원 유착·관리 의혹과 관련해서 조금 다른 각도에서 주목해보고자 한 것은 공무원노조의 역할과 관련한 것이다. 2005년 전공노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적극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의혹과 관련해서는 출범 10년째를 넘어선 전공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2013년 현재 전공노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을까?
차가운 길거리 위에 있다. 전공노 위원장은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1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요구사항은 노조 설립 인정과 해직자 복직 등이다. 전공노는 2009년 통합 노조를 설립한 뒤부터 현재까지 이른바 ‘법외노조’의 지위에 있다. 노동부와 법원이 전공노의 설립신고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약 13만명의 조합원 중에 노조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 16명이 조합원으로 속해 있다는 것이다. 13만명의 조합원을 ‘불법’으로 묶어두는 이유치고는 참으로 궁색하다.
전공노는 조직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노조 본래의 사명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활동 과정에서 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 조직 자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공직사회의 견제와 감시라는 공공노조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마트의 공무원 유착·관리 의혹과 관련해 전공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전공노의 강령 중 첫째가 ‘부정부패 청산과 국민에게 신뢰받는 깨끗한 공직사회 건설’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공무원을 ‘철밥통’으로, ‘복지부동’의 ‘영혼 없는 존재’로 인식해왔다. 2002년 공무원의 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다수의 공무원들이 스스로의 ‘철밥통’을 깨면서까지 노조 설립에 나선 이유가 바로 그동안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 속에서 다시 서겠다는 것이었다.
전공노를 포함한 공무원노조 10년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아직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공노가 선언한 부정부패 청산이라는 공직사회 개혁의 기본 방향과 방법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원인들로부터 급행료 형식의 촌지를 수수하는 관행이 개선되는 등의 뚜렷한 성과도 있었다. 현장에서 감시와 견제를 수행하는 눈과 귀가 있었고, 부당한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가 비판과 견제, 감시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이는 그 자체가 국민의 손실이기도 하다. 공무원의 부정부패 속에서 국민의 정당한 권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전공노와 그 해직자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다시 현장에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정당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대통합과 국민의 권리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전공노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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