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북한은 즉각 잘 짜인 매뉴얼처럼 핵실험 강행을 들고나왔다. 중국이 북한 설득에 나섰다는 소문이 들리지만 북한 체제의 속성을 고려할 때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아닌 제재 결의에 찬성하면서 중재자가 없는 날카로운 대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하면서 동시에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 사멸, 한반도 비핵화 종말’을 강도 높게 언급하며 중국을 ‘견지해야 할 원칙을 포기한 국가’로 간주했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의 이러한 반응을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왜 미·중 간 대북공조에 참여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시진핑 체제가 ‘새로운 대국관계’를 선보인 이후 미-중 관계를 재조정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구체적 실체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를 ‘강 대 강’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미국의 의도를 약화시키고 중립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제재 결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가장 뜨거운 현안인 중-일 댜오위다오(센카쿠) 영유권 분쟁에서 미-일 안보조약 등으로 일본 쪽에 쏠려 있는 미국의 태도도 중국으로서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과 대북 제재 문제에서 대립할 경우 미국이 일본 카드를 쓸 수 있다는 판단이 대북공조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시진핑 총서기가 등장하자마자 이미 한반도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반대를 명시적으로 밝힌 상태에서 북한의 행동을 예외로 둘 수 없었다는 점이다.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북한의 로켓 발사 논리와는 달리 핵실험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중국이 ‘금지선’으로 간주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한테 북핵 불용의 의지를 강력하게 밝힐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중국은 새로운 변수가 없는 한 유엔 안보리 2087호 결의안의 내용대로 ‘중대한 조처’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새로운 북핵 인식을 시진핑 체제의 대북정책 전환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중국에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거치면서 어렵게 북한 문제를 북핵 문제와 분리해서 접근하였고, 이를 통해 구축한 북-중 관계의 공고한 틀은 여전히 중국한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과거의 중국이 한반도 안정의 원칙을 보여주었다면 지금은 점차 북핵에 얽매이지 않는 보다 ‘자유로운 원칙’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한반도의 전략효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새로운 한반도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북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중국의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중국은 되돌이키기 어려운 ‘핵 폐기’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고민과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는 중국의 접근이 미-중 협력, 한-중 협력, 한-미-중 협력, 북한 고립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북한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주변국들의 냉전적 사고를 청산할 것을 함께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의 난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대북정책의 입구에 들어설 때 출구를 생각하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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