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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대통령의 ‘보은특사’ 막으려면/ 안준성

등록 2013-02-04 19:21수정 2013-02-04 21:50

안준성 미국 메릴랜드주 변호사
안준성 미국 메릴랜드주 변호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단행한 임기 말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권력형 비리 및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친인척과 측근이 포함되면서, 국민의 법감정에 어긋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에게 사면, 감형 및 복권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단서조항을 통해 세부사항을 ‘사면법’에 위임한다.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정 범죄에 적용되어, 법률 개정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 대통령이 재가하는 후자는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집행을 면제한다. 복권도 동시에 가능하다.

이 특별사면 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한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반사면보다 남용 소지가 크다. 둘째, 특정인에 대한 특별복권이 동시에 가능하다. 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함으로써, 법치주의 및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탄핵 사례를 제외한 모든 연방범죄에 사면권을 갖는다. 연방 규정은 복권, 사형 집행연기, 감형 및 벌금 면제의 4가지로 구분한다. 크게 세 가지 제한이 있다. 첫째, 연방범죄 유죄판결에만 적용된다. 마약·총기·주류 등의 관련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형사소송에 주 형법이 적용되므로 적용 범위가 상당히 제한된다. 둘째, 복권청원자는 최소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석방일 또는 유죄판결일 중 가장 최근 것에서 최소 5년이 경과해야만 청원자격이 부여된다. 셋째, 집행유예 또는 가석방 기간에는 복권 청원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15개 주만이 주지사에게 독점적인 사면권을 부여한다. 여러 제한사항도 있다. 뉴욕주는 결정적인 무죄입증 증거 발견, 국외추방 금지, 재입국 허용 등의 경우로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자격조건도 까다롭다. 최소 1년 이상 형량으로, 그 절반 이상을 복역하고, 가석방 자격이 없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7명의 대법관 중 4명 이상의 동의 없이는 재범자를 사면 또는 감형할 수 없다.

미국 연방정부의 사면제도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특별사면은 잔여 형기를 단축시켜 주는 미국식 ‘감형’과 유사하나, 적용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서 4년의 재임 기간에 단 한 명만을 사면했다. 둘째, 사면과 동시에 복권되지 않는다. 특별복권의 경우에도 경과기간 5년을 준수해야 한다. 오바마는 총 22명을 복권했고, 그들은 평균 24년을 기다렸다. 셋째, 중범죄자 복권 때, 법무장관은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이를 통보하고,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넷째, 오바마 임기 중 사면·복권 대상자 가운데 권력형 비리 사범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한 ‘사면법’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권력형 비리와 연관성이 높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특별사면 제외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가중처벌 판결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둘째, 사면과 복권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 특별복권은 경과기간 3년을 의무화하고, 추징금 납부 및 사회봉사활동 이행 여부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엄선해야 한다. 국회는 ‘보은특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나아가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사법권 독립 및 사법제도 효율성 제고 방안을 도출해야 할 때다.

안준성 미국 메릴랜드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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