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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북핵 위기와 지도자의 신념 / 정영무

등록 2013-02-12 19:13수정 2013-02-12 21:22

정영무 논설위원
정영무 논설위원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코앞에 두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남북 사이 정치·군사적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당분간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갈등 상황과 돌발 사태에서 리더십은 빛난다. 중요한 것은 공약집이 아니라 화해협력 의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지도자의 일관된 신념이다. 박 당선인도 남북대화 재개에 전제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긴 호흡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할 또다른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는 임기 초반 ‘어느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는 취임사와 함께 리인모씨 송환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정작 북핵 사태에 당면해서는 ‘핵을 가진 자와 악수할 수 없다’며 대북 강경 자세로 일관하고 경협마저 중단됐다. 김대중 정부는 달랐다. 관광객 억류사건이 발생하자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지만 북한과 계속 협상했고 석방 이후 즉각 관광을 재개했다. 연평해전 역시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그것을 이유로 남북관계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지금은 몇 가닥 낡은 유물로 남아 있는 3m 높이의 베를린 장벽을 얼마 전 짚어보면서 지도자의 신념과 통일 의지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1989년 독일 통일을 주도한 헬무트 콜 총리는 통일 2년 전 신변 위험을 무릅쓰고 개인 자격으로 주말을 이용해 동독으로 2박3일간의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통일 1년 뒤 헬무트 슈미트 총리는 “지금보다 통일 비용이 3배가 더 소요될지라도 우리는 통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독일 국민은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통일은 무슨 비용을 치르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전제한 것이다.

독일의 분단은 1·2차 세계대전의 죗값 성격이 짙다.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모인 연합국 수뇌부는 독일을 분단국가로 유지할 때 3차 대전의 위험이 그만큼 감소한다고 생각했다. 통일은 연합국이 반기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러시아는 동독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영국은 노골적으로 통일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독일은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읽고 그 틈새를 파고들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했다. 연합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도적으로 통일을 실현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입증해냈다.

독일은 입으로만 통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동독에 대한 서독의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물류체계 구축은 새삼 눈여겨볼 만하다. 서독 정부는 분단 상황에서 동독으로 통하는 고속도로 4개와 국도 6개, 국경 통과 철도 8개, 내륙운하 2개, 항공로 3개를 건설했다. 건설 비용은 모두 서독 정부가 부담하고 사후관리 비용까지 떠안았다. 물류체계 구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장기적인 국가재건사업이다. 수시로 돌발 사태가 벌어져 동서독 긴장관계가 빚어졌지만, 통일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치밀하고 일관되게 지속한 것이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돌이 되는 해다. 휴전 60년이 되도록 평화협정으로 귀결되지 못하고 기술적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국전쟁이 유일하다. 박 당선인은 ‘궁즉변 변즉통’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며,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도 내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다. 제재와 압력을 가하면 북한은 핵 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경제로 얻는 이익이 핵 개발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면 북핵 문제 해결도 가능해질 수 있다. 북한과 협력해 한반도 경제시대를 여는 것은 한국 경제 재도약에도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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