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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2세 대통령에게 보내는 덕담 / 임석규

등록 2013-02-24 19:16수정 2013-02-24 22:08

정치부장 임석규
정치부장 임석규
오늘 오후 1시가 지나면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간다. 앞선 대통령들과 달리 그에게 청와대 공기는 낯설지 않다. 1964년부터 79년까지 15년 남짓 살다가 스물일곱에 나온 청와대다. 예순하나, 34년 만에 대통령이 되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그로선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나는 왕족이 아니라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의 딸일 뿐이다.” 그가 청와대에 살 때 늘 새기던 말이라고 한다. 10~20대의 15년을 대통령의 딸로 청와대에서 살았고, 그중에서도 4년을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했다는 점은 지금의 박 대통령을 이해하는 핵심 코드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란 사실은 임기 내내 그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프레임이 될 것이다. 피할 필요 없다. 2세 대통령이란 점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국정운영에 적극 활용할 일이다.

그가 서른여덟이던 1990년에 쓴 일기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권력은 칼이다. 권력이 클수록 그 칼은 더욱 예리하다. 권력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다. 그 칼을 마구 휘둘러서 쌓이는 원망, 분노, 복수심 등은 되돌아와 그의 목을 조른다.” 권력의 심장부에 있던 경험 덕분에 권력의 양면성, 그 덧없고 위험한 속성을 일찌감치 체득한 모양이다. 이런 성찰은 대통령 재임 동안 그를 삼가고 겸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대선 때 ‘잘살아보세 신화의 재연’과 경제부흥을 내세우며 아버지를 선거판으로 불러냈지만, 동시에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도 다짐했다. 진보 어젠다를 흡수해 당선된 보수파 대통령이다. 그는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아버지 시대에 대한 합리화로 들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시대적 소임을 복지국가 건설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버지 시대의 그늘에 대한 부채의식의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진보 어젠다를 흡수한 보수파 대통령’이란 그의 좌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좋은 토양이다. 이를테면, 그가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추진한다고 누가 이념 시비를 걸거나 퍼주기라고 함부로 낙인찍지 않을 것이다. 독일 통일의 주역이 중도우파 연립내각의 총리 헬무트 콜 총리였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의 딸, 퍼스트레이디로 보낸 청와대 시절 그의 공간적 사고 단위를 지배한 건 ‘국가’였지 ‘지역’은 아니었을 것이다. 애향심보다 애국심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런 배경 덕분인지 그가 무슨 잘못을 해도 국민은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탓하진 않을 것 같다. 이런 면모를 국민을 설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는 녹록지 않다.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었지만 그를 반대한 유권자 또한 어느 때보다 많다. 취임식도 하기 전에 지지율은 40%대로 주저앉았다. 위기 속의 새 정부 출범이다. 청와대로 향하는 박 대통령의 발길도 사뿐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요새 잠이 잘 안 온다. 어떻게 공약을 이행하고 나라를 이끌까 고민에 빠졌다”고 정홍원 총리 후보자에게 했다는 대통령의 말에서 어깨에 드리워진 중압감이 느껴진다.

그가 공약대로 경제를 부흥하고 복지를 확대하고 경제민주화도 이뤄 아버지 시대의 빛은 넓히고 그늘은 좁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버지의 꿈’을 이루려면 아버지의 후광이 비치는 곳에만 머물지 말고 아버지의 그늘이 드리워진 곳으로 과감하게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그가 약속대로 ‘100%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진정성을 내보일 때, 그를 찍지 않았던 이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년 뒤 외롭지 않게 청와대를 떠났으면 좋겠다.

정치부장 임석규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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