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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분양가상한제 폐지론의 숨겨진 의도 / 서채란

등록 2013-03-06 19:21

서채란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서채란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분양가상한제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록 야당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최근 국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을 논의한 데 이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5일 인사청문회 사전질의 답변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인위적 가격 제한으로 이를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여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에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1998년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해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서울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1998년 512만원에서 2006년 1546만원으로 8년 새 3배 이상 급상승하자 2007년부터 이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시했다.

정부와 건설회사는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분양가가 높으면 분양이 되지 않으므로 분양가를 높게 설정할 수도 없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거 분양가가 자율화된 1982년과 1998년 이후에는 예외없이 가격폭등이 일어났다. 그들 주장대로 분양가가 오르지 않을 것 같다면 이윤 추구를 지상 목표로 하는 건설회사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굳이 왜 지금 폐지하려 드는가?

정부는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으로 지정하겠다고 하지만, 개발 등 호재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지역에 다시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하면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반발과 저항을 무릅쓰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주택가격이 급상승 국면에 들어서면 규제조처를 시행한다 해도 가격 상승을 잡기는 어렵다. 결국 예외적인 경우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건설회사의 오랜 숙원이었던 민원 해소 외에 실효성이 없다. 지금도 미분양 주택이 많이 남아 있고, 지난해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도 앞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주택공급을 늘린다고 한들 미분양 물량만 더 늘어날 뿐이다.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은 고분양가로도 분양이 가능하겠지만 이런 지역의 높은 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사실 정부나 건설업계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려고 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대한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심리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그널이 거래량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이 하락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택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거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분양가가 더 낮아져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재개발·재건축이나 신도시 개발 등 개발사업이 있을 때마다 고분양가가 주변 지역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자산 양극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집값을 떠받치고 서민들에게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유혹하는 정책, 건설사업으로 손쉽게 단기 경기부양을 하는 정책관행과는 단호하게 결별하여야 한다.

서채란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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