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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노원병 보궐선거의 두 맛 / 김대호

등록 2013-03-13 19:19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는 씁쓸한 ‘앞맛’과 개운한 ‘뒷맛’이 있는 희한한 선거다. 앞맛이 씁쓸한 것은 무엇보다도 노회찬 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 자체도 납득이 잘 안 가지만, 투표한 유권자들도 모르지 않는 그 오래된 송사(訟事)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의원직 박탈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매년 4월과 10월에 있는 재보궐선거 자체다. 어김없이 ‘심판’ ‘응징’ ‘견제’ ‘경종’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지만, 결과가 어떻든 총·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형성된 권력 지형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입법 행위는 확실히 지체·마비시키고, 정치의 시야는 협소하게 만들고, 국민적 관심은 좁은 지역에서 소진시킨다.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과 정당과 주요 정책을 제대로 평가·심판할 수 있도록, 2년마다 권력 지형을 진짜로 바꿀 수 있는 큰 선거를 배치하여 재보궐선거를 통합하자는 것이다. 헌법을 고쳐 4년 임기 국회의원을 절반씩 뽑든지, 아니면 비례대표 의원과 지역구 의원을 50 대 50으로 하되, 비례의원의 임기는 2년으로 줄이는 방법 등으로!

그런데 의원들이 피곤해하는 이 제도가 내 생애 안에 정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뒷맛이 개운하냐고? 안철수의 출마로 주요 정치집단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생존투쟁을 벌이면서, 각자의 맨살과 맨얼굴을 보여줄 것 같아서다. ‘묻지마 정권심판’, 진보판 ‘우리가 남이가?’ 사상(진보-보수 진영적 사고), 정치적 메시아에 대한 기대와 환상, 왕년에 고생깨나 한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신뢰와 부채감 등 정치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거품 내지 족쇄들이 거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갈 것 같아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이들이 간판 상품으로 팔아온 새 정치, 민주, 진보, 정의의 실체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볼 것이다.

안철수는 타고 있던 ‘백마’에서 내려와 금배지 하나를 위해 노원병 지역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머리를 조아리고 손을 내밀 것이다.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산 김지선과 10년을 집권한 거대 야당을 아직도 모호한 ‘새 정치’의 이름으로 눌러야 한다. 당연히 혹독한 비난·냉대를 적지 않게 받을 것이다. 당신의 ‘새 정치’가 도대체 뭔지? 그 폭압의 시대에 뭐 했는지? 지난 대선 때는 왜 그따위로 행동했는지? 왜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남편이 억울하게 직장을 잃어 생계 위협에 노출된(?) 한 가족을 짓이기려 하는지? 등.

뼈아픈 비판, 말 되는 소리, 말도 안 되는 비난은 노회찬-김지선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을 것이다. 세습 시비는 필연이다. 당신들이 부르짖는 진보와 정의가 도대체 뭔지? 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의 책임있는 지도자로서의 노회찬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뛰어난 말재간 말고 보여준 것이 뭔지? 민주통합당에 넘쳐나는 ‘탄돌이들’(탄핵에 분노한 표심에 힘입어 손쉽게 금배지를 단 의원들)처럼, 묻지마 엠비(MB)심판-야권연대에 힘입어 돌아온 한 명의 ‘올드보이’가 아닌지?

민주당 역시 새누리당과 적대적 상호의존 체제하에서 누려온 독과점 이익이랄까 반사이익이 왕창 빠지는 사태를 맞고 있다. 생사를 건 혁신을 하든지, 죽든지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양당의 정치적 독과점 구조, 진보의 근거없는 자부심과 게으른 성찰, 철 지난 철학·가치 등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으로서 노원병 선거는 축복이다. 당사자들에게는 곤혹스럽고 잔인한 싸움이겠지만…. 생사를 걸고 성찰하고 혁신하라! 자신이 꼭 돼야 하는 이유를 국민과 역사 앞에 설명하라!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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