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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시장주의인가 방임주의인가? / 김윤상

등록 2013-03-13 19:20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신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부동산 공약’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부동산관을 살펴보면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저서 <부동산과 시장경제>에서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이렇게 보고 있다. “중앙정부가 결정하든 시장기구가 결정하든 각각의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수요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 두 가지 경우 다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존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토지자원에 대한 의사결정은 누가 해야 하는가? 당연히 시장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부와 단체가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이 끝난 사실이다.” 이런 입장의 서 장관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려고 하며,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에도 비판적이다.

필자는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서 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 정부가 시장을 배제하거나 대체하려고 해봤자 결국 ‘지하경제’를 키우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 장관의 부동산관은 시장주의라기보다는 방임주의에 더 가깝다. 흔히 시장주의와 방임주의는 같은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진정한 시장주의라면 정부의 손을 묶고 시장에만 맡기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이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이 필요한데, 거기에 정부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시장이 존재하려면 정부가 재산권을 설정하고 거래를 보호해야 하지 않는가? 정부는 시장의 적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처럼 시장이 만성적으로 실패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부동산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은 극히 일시적·부분적이어야 하며 시장 작용에 의해 큰 피해 없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해온 부동산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이력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부동산 시장이 만성적으로 실패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서 장관이 염려하는 주택경기의 침체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정부마저 부동산 불로소득을 방치하면 주기적으로 투기 수요가 발생한다. 그러면 건설업자들이 투기 수요에 장단을 맞추어 주택을 실수요 이상으로 공급하게 된다. 그러다가 주택경기가 하강하면 매입수요가 줄어 주택 미분양 사태가 나며 임차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월세 대란이 터진다. 이런 사실을 직시한다면 정부가 불로소득을 뿌리뽑아 부동산 시장에 가수요를 없애고 실수요만 나타나도록 도와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는 최선의 수단은 양도소득세가 아닌 토지보유세다. 양도소득세는 소유자가 매각을 기피하는 ‘동결효과’라는 부작용이 있어 시장 거래를 위축시키지만 보유세는 오히려 거래를 촉진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양도소득세 인하를 서두르기보다는 토지보유세를 올리자고 해야 한다. 토지보유세의 우수성은 서 장관 자신이 저서와 논문에서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학자치고 그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토지보유세 강화로 시장에서 가수요가 사라지고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서 장관이 비판하는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도 필요 없다.

그런데 서 장관은 토지보유세 강화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시장주의가 아닌 단순한 방임주의는 시장이 아니라 기득권층을 돕게 된다. 걱정이다.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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