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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휘거

등록 2013-03-21 19:12

스포츠 종목은 다양하다. 같은 육상이지만 10초 만에 ‘허무하게’ 끝나는 남자 100미터 달리기가 있는가 하면 2시간 내내 ‘지루하게’ 선수만 따라가야 하는 마라톤이 있다. 격렬한 현장 분위기 따라 함성 터지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사격이나 양궁처럼 사수의 호흡에 맞춰 숨죽여야 하는 종목도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승패가 갈려 한시도 눈 뗄 수 없는 격투기가 있고, ‘경기 관전’보다는 ‘연기 감상’이라 하는 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종목’이 있다. 리듬체조와 피겨스케이팅이 그렇다.

지난 주말 펼쳐진 김연아의 연기는 눈부셨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플립, 플라잉 카멜 스핀, 더블 악셀, 레이백 스핀, 스텝 시퀀스-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구성된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은 훌륭했다. 트리플 악셀을 내세운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의 라이벌이 아니었다. ‘트리플’은 ‘(공중)3회전’이고 ‘러츠’는 기술을 처음 선보인 사람 이름에서 온 명칭이다. 트리플 악셀은 피겨스케이팅에서 유일하게 앞으로 뛰어오르는 기술이다. ‘2회전 콤비네이션…3회전 루프…원형 스텝…3회전 살코 점프…’(토리노올림픽 중계 해설자) 같은 설명이 실황중계에서 사라진 게 아쉽다.

지난달 북한 보통강변에 있는 ‘빙상관’(아이스링크, 빙상경기장)에서는 ‘빙상무용’(피겨스케이팅)이 펼쳐졌다. ‘모범출연’(시범경기) 방식이었다. 중계 영상을 보니 연기와 기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대신 스포츠를 체제유지 수단으로 삼으려는 뜻은 강하게 드러났다. “장군님의 약속을 지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스케트’(스케이트)를…”처럼 삼대세습을 찬양하며 시작한 행사는 ‘… 목숨으로 사수’하겠다는 노래에 맞춰 수십 명이 나선 ‘집체출연’과 ‘스케트무용’(아이스댄싱), ‘쌍경기’(듀엣) 등으로 구성되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이 행사 이름은 ‘백두산상 국제휘거축전’. ‘휘거’는 피겨를 가리키는 북한말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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