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은 나팔이고 나발은 나발이다. 원말의 한자 ‘라(喇, 나팔 라), 팔(叭, 입 벌릴 팔)’은 하나지만 두음법칙에 따른 형태가 ‘나팔’이고 이 말소리가 변한 게 ‘나발’이다. ‘관악기의 하나’인 나팔은 ‘끝이 나팔꽃 모양으로 된 금관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옛 관악기인 나발’을 가리키기도 한다.(표준국어대사전) 북한에서는 ‘(반드시 악기가 아니어도) 소리가 크게 울려 나오게 만든 기구’도 나팔이라고 한다.(한민족 언어정보화 누리집) 나발은 ‘놋쇠로 만든 긴 대롱같이 만든 악기’이지만 악기가 아닌 것을 이를 때 쓰기도 한다. 나팔과 나발은 뿌리는 같지만 뜻과 쓰임이 다른 것이다.
‘나발’에는 ‘지껄이거나 떠들어대는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 뜻도 있다. ‘개나발’은 사리에 맞지 아니하는 헛소리나 쓸데없는 소리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병나발’은 (나발 불듯이) 병째로 들이켜 마시는 것이다. ‘죽나발’은 숟가락으로 떠먹지 않고 그릇을 들고 훌훌 죽을 마시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북한말이다. ‘나발질’은 무슨 뜻일까. 어제치 여러 매체에서 ‘괴뢰역적들이 개성공업지구가 간신히 유지되는 것에 대해 나발질(헛소리)을 하며…’라는 내용의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를 전하며 ‘나발질’을 괄호로 묶어 ‘헛소리’로 풀었다.
지난달 30일 북한이 발표한 담화문에 ‘나발’이 들어간 문장은 세 개였다. ‘헛나발을 불어대며…, 모략 나발을 불어대는 것이야말로…, 나발질을 하며…’이다. 북한말 ‘헛나발’은 ‘허튼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사실보다 터무니없이 과장하여 말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니 ‘헛소리’와 비슷한 표현이다. ‘나발질’은 표제어로 오르지 않은 말로,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질’이 붙은 ‘나발+질’의 형태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위 담화문에 ‘가소롭기 그지없는 망발질…, 존엄을 모독하는 망발질…’처럼 ‘-질’이 두 차례 더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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