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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 노인철

등록 2013-04-10 19:33

노인철 전 한국사회보장학회장
노인철 전 한국사회보장학회장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 재원 확충을 위해 건강세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공감하는 바가 크다. 이에 동의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적인 재정불안의 심각성이다. 게다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더불어 급여 범위의 확대, 즉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선진국 수준인 75~80%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에 따라 막대한 재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로 예상되는 엄청난 재정 수요를 보험료 인상만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결코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또한 직장·지역 간 보험료 부과 기준이 서로 달라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뿐 아니라, 퇴직자나 실직자의 경우 소득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직장에서 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부과체계의 모색이 강구돼야 한다. 바람직한 부과체계는 동일한 부과기준과 재원 조달 분산을 통해 형평성 제고, 재원 확충의 안정성 확보, 국민 수용성 증대, 부과·징수 업무의 간소화 등이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재원은 소득에 대한 보험료이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등은 현행대로 부과하되, 이자, 배당, 자산 매각 이득, 양도소득, 연금소득 등은 각각 일정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소득액에 대해서 소득원별 원천징수한다. 특히 소득원이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소득에만 부과하면 형평에 어긋난다. 또 부양가족이라도 소득이 발생하면 소득원별 원천징수한다. 따라서 이 방식은 모든 소득과 모든 소득자에게 부과해 형평성을 제고해준다.

둘째 재원은 재산세에 부가세를 부과한다. 재산 소유도 부담 능력으로 간주되고 있어서 직장·지역에 관계없이, 또 피부양자든 아니든 관계없이 재산세와 종부세를 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부가세를 원천징수한다. 재산에 부과하는 목적세는 소득 보험료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점차 줄여가야 하는 재원이다.

셋째 재원은 건강에 해로운 상품에 건강세를 부과한다. 담배, 술, 자동차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유류에 건강세를 부과해 부족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앞으로 더 필요하다면 비만을 유발하는 나쁜 식품이나 정신건강에 지장을 주는 허위·과장 광고도 추가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건강세에 의한 재원 조달은 건강을 위협하는 제품의 성격상 보험 재정의 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설득력도 충분히 있다. 이런 맥락에서 건강세 부과는 가격 상승을 가져와 소비자가 소비량을 줄이게 되면 건강 증진으로 이어져, 결국 보험 급여의 지출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타당성을 갖는다. 또다른 건강세 효과는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부담 정도가 결정되며, 노출된 소득에만 과다 부과하게 될 불공평을 완화해주고, 또한 높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끝으로 소득 파악이 어렵고 재산세를 납부하지 않는 세대에는 최소한 보험료를 내게 하는 기본 보험료를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런 새로운 부과체계는 소득 보험료에 목적세를 가미한 혼합 방식의 재원 조달이며, 소득·재산·건강세의 재원 구성은 6:2:2에서 출발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합리적인 배분이 도출된다. 이제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합한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 즉 부과체계의 선진화는 시급한 과제이며, 국민건강보험을 한 차원 발전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노인철 전 한국사회보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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