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프랙털’(fractal)은 ‘쪼개다’라는 뜻의 라틴어 ‘프락투스’에서 나온 말이다. 프랑스 수학자 베누아 만델브로(1924~)가 1970년대에 ‘부분이 전체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되는 구조’를 가리키는 데 쓴 이후 수학·과학의 주요 개념이 됐다. 프랙털은 우리 몸속의 핏줄과 나뭇가지 모양을 비롯해 미시세계에서부터 우주 구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인구분포 역시 프랙털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말 현재 수도권의 인구는 2321만명(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전체 4858만명의 47.8%에 이른다. 지구촌 최고 수준인 이런 인구 집중도는 그 아래 단계에서도 반복된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군 단위 넓이에 불과한 서울(1017만)과 인천(258만)에 주민의 54.9%가 몰려 산다.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경남권(789만)에서도 60.2%가 부산과 울산에 거주하고, 경북권(522만)도 58%가 대구와 포항에 거처를 두고 있다.
57.2%가 광주와 여수에 사는 전남권(339만)과, 49.2%가 전주와 익산에 머무는 전북권(191만)도 마찬가지다. 충남권(339만)에서는 57.2%가 대전과 천안에, 충북권(149만) 또한 55.7%가 청주와 충주에 거주한다. 권역별로 가장 큰 도시에 주민의 40~50%가 몰려 있고, 다음 도시가 10~15% 안팎을 차지하는 것도 판박이다. 땅이 비교적 넓고 산지가 많은 강원도(152만)만 좀 다르지만, 여기서도 춘천·원주·강릉 등 세 도시에 50.7%가 살고 있다.
이런 구조는 지난 수십년 계속된 불균형 성장의 폐해가 전국 구석구석까지 퍼져 고착됐음을 보여준다. ‘악성 인구 프랙털’인 셈이다. 이를 완화하는 쪽으로 국토 재편에 관한 모든 논의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정치권과 각급 정부, 지역주민 등 여러 차원에서 추진하는 행정구역 개편 구상들도 예외가 아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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