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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한-미 정상회담, 무엇을 해야 하나 / 김지석

등록 2013-04-23 19:13수정 2013-04-23 23:03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다음달 7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 10여년 동안 개최된 어느 한-미 정상회담보다 중요하다.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들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남북한과 미국·중국 등의 새 정권들이 좀더 진전된 논의 틀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지난 20년에 걸친 실패와 성공 경험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새 동력을 창출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선 미국이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긴 했지만 긴장 고조에 따른 반짝 관심의 성격이 강하다. 1기 버락 오바마 정부가 유지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은, ‘그냥 두더라도 큰일은 없을 것’ 또는 ‘북한이 제풀에 무너질 것’이라는 무관심의 표현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태도가 잘못임은 핵 문제가 훨씬 악화한 데서 잘 드러난다.

더 중요한 것은 새 접근 방식의 내용이다. 미국은 ‘전략적 비인내’라는 말로 이전 정책과의 차별을 꾀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아직 ‘중국의 구실을 강화하도록 한다’는 정도다. 물론 중국은 중요하다. 중국이 적극 나서게 하려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대중 압박)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돼야 하므로,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전략에서 미-중 협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은 보조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주된 동력은 어디까지나 한국과 미국에서 나와야 한다.

북한이 늘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줄 핵심적인 나라가 미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본격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대화의 큰 틀은 이미 있다. 6자회담이 그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상황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 가장 큰 변수는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위치시킬지에 있다.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 없이는 핵 문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고 일상적인 평화조차 위협받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상태다. 6자회담의 성과인 9·19공동성명에서는 “직접 관련된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제 이 ‘별도 포럼’을 핵 문제 해법에 초점을 맞춘 6자회담에 버금가는 협상 틀로 격상시켜야 한다. 참여 주체는 일단 한국전쟁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중국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제안을 미국에 제시하고 동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한반도 관련 정책을 잘 조율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시스템을 만드는 게 그것이다. 최근 대북 메시지 내용을 놓고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통일부·국방부 사이에 잇따라 혼선이 생긴 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금 구조로는 국가안보실이 정보와 의견을 종합해 전략적 판단을 내리게 돼 있지만 이미 큰 허점이 드러났다.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사람을 바꾸고, 체제에 결함이 있으면 지금 고쳐야 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고급 인력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많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말고 이들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는 체제가 요구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 관련 현안과 관련해 이전 대통령들보다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추진’이라는 원칙에 합의하고 논의 틀을 구체화한다면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도 잘 풀리지 않을 리가 없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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