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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싸이가 평양서 말춤을 출 수 있기를 / 김영일

등록 2013-05-06 19:14

김영일 남북투자기업협의회 회장
김영일 남북투자기업협의회 회장
“내가 통일부 수장이었지만 남북문제를 내 독단으로 판단하고 집행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남북문제에 관한 한 최종 판단과 결정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정부 초대 강인덕 통일부 장관의 술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달랐다. 대북 강경파로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을 맡은 현인택씨는 재임 2년7개월 동안 남북관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는 칼춤을 추는 대통령의 ‘가게무샤’(그림자 무사) 구실을 했다. 천안함 사건 뒤인 2010년 5월에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통일부로 불렀다. 그는 대국으로서 중국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유감을 표시함으로써 중국에 모욕감을 줬다. 천안함 사건 뒤엔 헌법의 기본권도 무시하고 남북경협 사업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5·24 조처를 발표하는 데 앞장섰다. 최전선에 있었던 힘없는 1000여 민간 남북경협 업체들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전쟁으로 치면 군사령관이 민간 유격대를 지원하기는커녕 몰살시키는 일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협 기업들이 그를 ‘저승사자’라 부른 이유다.

이명박 정부는 ‘햇볕정책’이 결국 핵무기로 돌아왔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재임 5년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과 제재’는 북을 핵 폐기로 이끌어냈는가?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3차 핵실험도 강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무슨 말로 해명할 것인가?

그토록 주장했던 북한이 민생 파탄 지경에 있다는 ‘북한 붕괴 기대론’은 어떤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북한의 사경제 규모는 ‘40억달러’에 이른다는 얘기마저 있다. 북한도 돈 있으면 돈을 벌고 돈 번 자가 힘을 쓰는 나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올해 들어 북한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상태로 만들었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때에도 금강산 관광과 민간 경제협력은 지속됐다. 그때는 전쟁의 확산을 막고 남북 대화로 문제를 풀었다.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이 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대북 대화 제의는 신선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해 현재의 위기를 큰 틀에서 풀어야 한다. 6자회담을 열고 남북간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더 큰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1경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북한 광물자원’을 남북 모두의 신성장 동력으로 공동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얻는 자금으로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에 충당해야 한다. 이미 초코파이의 위력에서 나타났듯이 국내 생필품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욕구는 엄청나다. 포철·현대중공업에 이은 제2, 제3의 철강·조선단지 개발에 나서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기를 살리는 길이다. 남·북·러를 잇는 가스관 사업만큼 한반도 평화와 경제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 또 어디 있는가?

창조경제는 남북관계에 있다. 5년 임기는 너무 짧다. 시간이 없다. 남북 정상은 평화협정, 북핵 폐기 등 모든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통 큰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께 여쭌다. “전세계를 열광시킨 ‘싸이’가 평양에서 북한 주민들과 손에 손을 잡고 즐겁고 신명나게 노래하며 ‘말춤’을 춘다면 적극 허용하시겠습니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도 똑같이 묻고 싶다.

김영일 남북투자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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