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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북한을 유아화하기 / 존 페퍼

등록 2013-05-07 19:16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정치 만평가들은 북한을 비이성적이고 어린애 같은 세력으로 묘사하길 좋아한다. 북한은 흔히 핵 장난감을 가진 아이이거나 벌을 받아야 하는 무단결석 학생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젊은 나이가 그런 묘사를 부추기지만 이런 관행은 그가 권력을 잡기 전부터 있어왔다. 만평가들은 직업 특성상 이런 과장을 해야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장이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의 발언에서까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09년에 북한이 제멋대로 구는 아이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위기 국면에서 “탁자 위에 숟가락을 두드리며 어떻게든 뭔가를 얻어내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첨예한 갈등이 조금 잠잠해진 지금, 북한을 근본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로 특징짓는 이런 행태를 다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는 정보 부족과 제한된 정책 수단들,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한 무시 등을 포함한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북한에 대한 비유의 문제도 있다. 우리는 흔히 북한이 당근과 채찍에만 반응하는 당나귀로 볼 뿐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존재로 생각한다. 또는 모든 합의를 깨는 범죄자로 여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 이런 비유는 매우 모욕적인 것이다.

북한의 행동들은 칭찬받을 일도 두둔해줄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어린애 같지도 않았다. 북한은 ‘어른’들만 가입하는 핵클럽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 시험에 관한 자국의 주권을 제약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발한다. 또 경제제재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도 반발한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분명히 절제돼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비이성적이지도 불가해하지도 않다.

북한을 어린애로 비유하는 행태의 실질적 문제는 여기에 있다. 북한을 비이성적 세력으로 바라봄으로써 전문가들은 ‘부모들’(미국·한국·중국)을 지나치게 관용적인 것으로 묘사하는 실수에 빠진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그다지 많지 않은 규모의 식량 원조를 검토할 때, 5명의 공화당 의원은 습관적으로 오바마는 유화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외교를 재개한다는 어떤 시사도 응석을 받아준다는 비난을 초래한다.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문화적 관여는 북한을 세계의 현실에 대한 무지와 규율 부족 사이에 있는 유아처럼 보기를 그만두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이 여전히 식탁 위에 숟가락을 두드린다고 한다면 북한을 동등하게, 달리 말하자면 독자적인 국가 이익과 주권을 가진 국가로 대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더욱이, 관여는 북한에 대한 지지로, 아마도 나쁜 행동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결코 북한의 시스템과 행동들, 수사들에 대한 동의를 뜻하는 게 아니다. 북한이 벌칙을 받을 때보다는 외교적 노력에 관여될 때 더 평화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과거의 협상은 보여준다.

비유는 우리의 언어를 압축하고 생동감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비유가 합리적 정책을 개발하는 데 방해가 될 때 우리는 그 비유를 버려야 한다. 북한을 버릇없는 아이로 대우하는 것은 북한의 행동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행동들이 어떻게 위기에 기여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것은 정책 수단을 선택할 때 ‘당근 대 제재’라는 잘못된 이분법을 초래한다. 북한에 대한 평가에서 우리가 성숙해져야 할 때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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