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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기초의회 여성대표성과 여성명부제 / 이현출

등록 2013-05-14 19:24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
최근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대선후보가 공히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발단이었다. 이러한 약속에 근거하여 여야로 구성된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는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논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기초의원 선거에서 여성계의 대표성 확보 문제다. 여성계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여성이 인구의 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정치의 본질 면에서도 그렇다. 지방정치는 생활정치이고, 생활정치는 여성의 대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여성 대표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주요국은 중앙정치뿐만 아니라 지방정치에도 이른바 적극적 조처(affirmative action)를 취하여 여성의 대표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기초의회선거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정당명부에 여성 50% 추천을 강제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15.1%로 늘어났다. 이어 2010년에는 국회의원선거구마다 한 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하여 기초의회 여성의원 비율이 21.6%까지 올랐다. 정당공천이 허용되지 않았던 200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비율이 2.2%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한다면 정당공천과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처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계는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는 곧 여성의 대표성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여성 대표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비례대표 여성명부제를 제안한다.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는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여성 대표성 문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의 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서 그리고 차제에 여성 대표성을 더 강화하기 위하여 여성명부제를 제안하는 것이다.

여성명부제는 기존의 비례대표 정당명부를 여성명부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무소속 출마자가 후보자 등록을 위하여 유권자의 추천을 받듯이 여성명부에 등록하기 위한 비례대표 출마를 희망하는 여성후보자들은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 추천을 받아 선관위에 등록하면 선관위가 이들을 모아 여성명부를 개방형으로 작성하고, 이에 대해 유권자들이 직접 여성명부 속의 선호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권자 추천은 500명 이상 1000명 이하의 수준으로 정하면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기존 제도와 마찬가지로 1인2표를 행사한다. 즉 한 표는 지역구 후보자에게, 다른 한 표는 여성명부에 오른 후보자에게 투표하면 된다. 여성 당선자 정원은 여성이 의회의 극소수를 차지한다면 입법에서의 성차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므로 지방의회에서 입법정책상 상황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다수라고 알려진 30% 수준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는 여성명부 중 다수 득표자 순으로 결정하면 될 것이다.

이 제도는 기존의 정당이 제출하는 비례명부가 정당에서 정한 순서에 구속된다는 것과 다르게, 유권자가 직접 명부 안의 선호하는 1인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민주적으로 비례대표 당선자를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기초의원 경력을 쌓으면서 향후 시도의원 및 단체장으로 진출할 여성정치인군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비례의석을 기존의 지역구 의석의 10%에서 30%로 늘림으로써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건강·교육·사회복지·환경 등의 분야에서 성인지적 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남성중심의 부정적 관행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명부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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