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한 건물에 층마다 다른 계파의 교회가 들어선 게 한국의 진풍경이었다. 지금은 층마다 다른 성형외과가 성업중인 게 새 진풍경이다. 천문학적 사교육비를 들여 입시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의대를 나온 한국 최고 엘리트들이 양악수술과 지방흡입의 기술자로 살아가는 일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탈레반 남편에게 코와 두 귀를 잘린 아프간 여성 아이샤 무함마드자이의 상처는 성형으로 치유해 마땅하지만,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마음의 병인 외모 콤플렉스를 과연 성형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성형 광풍의 외모지상주의는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자존감 위기의 다른 표현이다. 이는 명품 집착이나 해외 조기유학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내면이 황폐한 이는 외모·명품·학벌·재력·권력으로 그것을 치장하려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을에 대한 갑의 졸렬한 권위주의와 횡포는 자존감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지만 자존감은 바닥이다. 자기 내면에 속하지 않은 장식물은 자존심만 자극할 뿐 자존감은 채워주지 못한다. 그래서 장자는 “겉을 중시하는 자의 내면은 졸렬하다”(凡外重者內拙)고 했다. 자존심 대신 자존감으로 가득 찬 이는 이른바 ‘을’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고,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가 나지 않는다.
순자에 따르면, 공자의 외모는 귀신 쫓는 방상씨 탈을 뒤집어쓴 것 같았고, 주나라의 명재상 주공은 부러진 고사목 같았으며, 순임금의 현인 고요는 얼굴이 깎아놓은 오이 같았고, 상나라 탕왕의 지략가 이윤은 얼굴에 수염도 눈썹도 없었다고 한다. 중국의 현인과 명재상들의 서클은 못난이 집합소임에도 이들은 천하를 호령했다. 그래서 순자는 “비록 못생겼어도 마음 씀씀이가 좋으면 군자 되기에 걸릴 게 없다. 잘생겼어도 마음 씀씀이가 나쁘면 소인배 되기에 걸릴 게 없다”(形相雖惡而心術善, 無害爲君子也; 形相雖善而心術惡, 無害爲小人也)고 했다. 고쳐야 하는 건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며, 성형 미인보다 아름다운 건 사람의 그윽한 향기다. 그래서 장자는 “덕이 장차 그대를 아름답게 할 것”(德將爲汝美)이라고 했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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