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언론학 박사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방송기자재 전시회’(NAB Show)가 열렸다. 현장에 참관한 필자는 올해 이 쇼의 최대 화두가 4K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방송장비업체들이 앞다퉈 4K 관련 장비를 선보이고 시연까지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4K는 화면의 해상도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풀 에이치디 티브이(HD TV)(2K)의 약 4배 이상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이를 유에이치디 티브이(UHD, Ultra High Definition TV)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유에이치디 티브이가 지상파 방송이 아닌, 유료 방송에서 먼저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지난 5월23일 제주에서 열린 ‘2013 디지털 케이블티브이 쇼’에서 케이블 방송사들은 유에이치디 티브이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에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4월14일, 2014년 하반기 중 유에이치디 티브이 시범방송을 시작해 2015년 하반기 중 위성·케이블 방송을 통해 유에이치디 티브이 방송 상용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런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유에이치디 방송 실현의 현실적인 문제다.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은 주파수와 방송 표준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유료방송의 유에이치디 방송은 결국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문제와 직결된다. 곧, 유료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피피들이 유에이치디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가의 문제다.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피피의 상당수가 영세함을 고려하면, 분명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또한 올해 방통위가 발표한 등록 피피 대상 콘텐츠 제작역량평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은 피피는 40%에 불과하며, 심지어 여기에는 지상파 방송 계열의 피피가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유료방송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피피들이 유에이치디 콘텐츠를 무리 없이 제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콘텐츠가 없는 유에이치디 티브이는 의미가 없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둘째, 지상파 방송의 유에이치디 티브이 논의는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었고, 그동안 디지털 방송을 주도해온 지상파 방송이 유에이치디 티브이 논의에서 배제되어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지상파 방송이 유에이치디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전송 방식과 표준의 제정이 필요하고 송신 채널 및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주파수를 통해 전달되므로 유에이치디 방송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주파수가 추가로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여 통신사에는 주파수를 배정했지만 지상파 방송에는 그 어떤 관련 조처도 취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유에이치디 티브이 역시 유료방송을 우선함으로써 전형적인 역차별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점은 새로운 방송 서비스의 대상은 시청자이며, 그 혜택은 차별 없이 모든 시청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료가 아닌 무료의 지상파 플랫폼을 통해 차세대 방송 서비스가 달성되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시청자 중심의 방송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방송산업 진흥이나 창조경제라는 것도 결국 국민과 시청자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차세대 방송과 관련된 논의는 시청자가 배제된 채, 정부와 티브이 제조사, 유료방송 사업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차세대 방송 정책의 목표는 지역, 빈부격차와 관계없이 고화질로 서비스되는 방송을 텔레비전 수상기만 소유하면 국민 누구나 시청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 그 누구도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필수적인 서비스로부터 제외됨으로써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처해서는 안 된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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