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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남북이 이끌어가야 할 한반도정책 / 박현

등록 2013-06-06 19:05

박현 워싱턴 특파원
박현 워싱턴 특파원
한 달 전만 해도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 해결엔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다. 박 대통령이 2011년 말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이전 정부와 다른 대북 접근법을 취하겠다고 강조한데다, 대선 과정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단계적으로 남북 간 신뢰를 쌓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공약한 점들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었던 것 같다. 여기에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먼저 디딤돌을 놓기를 원한다는 말까지 한 터라 박 대통령이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한 달 뒤 워싱턴에선 한국 역할론이 쏙 들어가 버렸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실질적인 방안도 내놓지 못했고, 북한이 먼저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만을 외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지도 못했다. 아니 설득하려고 했는지조차 의구심이 간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미국 쪽 논리에 급속히 빨려들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외교정책 핵심 참모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표명한 대북정책은 마치 백악관이나 국무부 대변인한테서 듣는 것 같았다. 윤 장관은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에서 대화 용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우리로서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며,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된 국제 의무와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북한과 대화에 전제조건은 없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은 온데간데없어진 셈이다.

워싱턴에서 박 대통령의 존재감이 급속히 약해지는 대신, 중국 역할론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7~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어떤 대북정책에 합의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선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등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중국 포위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동맹국 북한을 쉽게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마도 미국 쪽에는 대화로 가는 문턱을 낮출 것을, 북한한테는 비핵화에 관한 성의있는 의지 표명을 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워싱턴 분위기로 볼 때 현재의 정책 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1기 행정부 때의 외교안보팀이 건재한데다, 공화당의 비판을 무릅쓰고 대화에 나설 만큼 국내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탓이다.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핵 보유 의지가 더 강해진 북한의 정책 기조를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큰 기대를 걸지만 그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실마리는 한국이 찾아야 한다. 남북한 간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한과 미국의 경직된 태도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정부도 이미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나서주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선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정책이 필요하다. 6일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수용할 뜻을 밝혔다.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려나가길 기대한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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