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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군 가산점제, 문제점과 대안 / 이재영

등록 2013-06-20 19:13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방부가 ‘정원 외 합격’ 방식으로 군 가산점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산점을 총점의 2%로 하고, 가산점으로 추가 합격되는 인원을 모집정원의 10% 이하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방식이 군필자의 희생을 보상하면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침해라는 위헌성을 없앨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공무원과 공사 합격자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을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외 군필자와 미필자의 권리가 침해당하기 때문이다. 무릇 보상이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대상자 모두에게 손해나 손실을 보충해 주는 것을 말한다.

먼저 군 가산점제는 군복무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다.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은 ‘취업지원 실시기관’이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군부대, 국·공립학교, 20인 이상 고용하는 공·사기업 또는 공·사단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공무원 및 공기업 이외 기관에 군 가산점을 강제로 적용할 법적 장치가 없다. 연간 군필자 약 30만명 중 0.4% 정도만 혜택을 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 가산점제도는 극소수에게 혜택을 부여하면서,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다음으로 아무리 보완해도, 군 가산점제는 평등권 침해를 막을 수 없다. 단순히 개념적으로 보면 ‘정원 외 합격’이 여성, 장애인, 군 미필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원 ‘내’(內)와 ‘외’(外)로 구분만 할 뿐, 결국 공무원과 공사 합격자는 정원 이내이다. 연간 채용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원 외 방식이라고 해도 가산점제로 탈락자가 발생하는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이다. 군 가산점제도를 어떤 형태로 변형시켜도 “눈 가리고 아웅” 하려는 것일 뿐, 군 미필자를 차별하는 범주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병역의무에 대한 보상은 군필자 모두가 억울하지 않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획되어야 한다. 먼저 군인의 봉급을 올려야 한다. 2013년 1월 현재 이등병 9만7800원, 일등병 10만5800원, 병장은 12만9600원이다. 국토분단에서 비롯된 의무복무라는 점 때문에, 열악한 대우가 정당화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강제복무이고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공무원 수준 이상으로 봉급을 인상시킬 필요가 있다. 제1차 목표로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인상해 나가면 된다.

다음으로 전역 후 지원체계를 강화시켜야 한다. 연금복지에서 군 복무기간 동안 군인연금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의료복지에서 보훈병원 증설과 일반병원 지정으로, 추가지원 혜택을 줘야 한다. 일반복지에서 국가보조와 보훈처 자체 사업이익으로, 학자금·결혼자금·생활자금·사업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보훈처 직영 소매시설을 설립하여, 싼 가격에 생필품을 공급해야 한다. 보훈처 스스로 기업을 소유하여, 군필자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군필자 전용 실버센터를 설립하여, 노후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병역의무로 군필자가 입는 손해는 막대하다. 취업과 교육에 집중해야 할 시기를 군대에서 보낸다. 학업 중단, 사회진출 중단, 경제활동 중지 등에서 복무기간만큼 불이익을 받는다. 게다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정신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안보와 애국심을 내세워, 젊은 남성의 노동력과 미래를 착취해 왔다. 이제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봉급을 인상하고, 전역 후 보상체계를 향상시켜야 한다. 중기적으로 병역 이행자 이외 모든 자원이 군 복무기간만큼 봉사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보상의 개념 자체를 없애야 한다. 장기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하여 모든 국민이 병역의무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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