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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위탁모

등록 2013-06-23 19:33

목요일 깊은 밤에 안방극장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자원봉사 희망 프로젝트, 나누면 행복’이다. 엊그제 방송의 주인공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갓난아기였다. 심장 수술을 받아 파리한 아기를 보니 콧등이 시큰거렸다. 그랬던 핏덩이에 살이 오르고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양부모가 나서기 전까지 보살피는 자원봉사자의 돌봄 덕분이다. 프로그램은 아기의 뜻깊은 백일을 담아냈다. 한 배우가 ‘일일엄마’로 나서 씻기고 먹이고 재우며 돌봐준 것이다. 그의 역할은 ‘위탁모’였다.

“‘위탁모(가정)’를 사전에서 찾으니 나오지 않는다. 방송에서 써도 되겠느냐”는 방송 작가의 문의가 ‘위탁모’를 글감으로 삼게 했다. 무심히 흘렸던 관련 표현을 찾아보았다. ‘(입양 전) 위탁모’는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다. 그 이전에 “위탁양육보호제도를 처음 실시한 곳은 홀트아동복지회로 67년부터였다… 위탁양육부모의 조건은…”(ㅁ경제, 1976년 3월15일)에서처럼 ‘위탁양육 부모’가 보이기도 한다. 위탁은 ‘남에게 사물이나 사람의 책임을 맡김’으로, 여기에 붙어 만들어진 낱말은 ‘-무역’, ‘-품’, ‘-생’, ‘-인’ 등 32개였다.(표준국어대사전) 이에 기대어 ‘위탁모’의 뜻을 새기면 ‘일정한 계약 아래 남에게 아이를 맡긴 여자’가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탁모’와 다른 것이다.

‘조어의 문제’로 ‘위탁모’를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낼지 모른다. 역할에 걸맞은 말을 찾자면 ‘피(被)위탁모’와 ‘탁아모’(보호자 대신 어린아이를 맡아 돌보는 여자), ‘수탁(다른 사람의 의뢰나 부탁을 받음)모’쯤 되겠지만 이 또한 왠지 마뜩잖다. 이참에 ‘위탁모: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맡고 있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 또는 주로 아이가 입양되기 전까지 기관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자신의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고려대 한국어대사전)처럼 사전에 올려 자리 잡아 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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