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긍정 평가가 70.2%에 이르러 인수위 때보다도 높다.
다행이다. 신임 대통령이 국정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주위 여론을 보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대통령 지지도가 체감과 다르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 평화공존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남북관계, 윤창중 사태로 확인된 인사 파탄 등…. 이명박 정부 임기 초반의 촛불 정국과 비교해 사태의 위중함이 결코 덜하지 않다. 하지만 대중적 차원에서 분노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에 대해 국민들의 약 3분의 2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대통령의 ‘깨알 같은’ 위기관리 능력(!)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논란 당사자의 문제, 전임 정권의 문제로 꼬리 자르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수층의 총결집, 보수언론의 결사적인 지원사격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임기 초반에는 대선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이들도 신임 대통령이 잘하기를 기대하는 대중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대선 득표율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삶이 절박한 서민층일수록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절실하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 논란이 될 만한 굵직한 어젠다를 제기하기보다는 기초노령연금 등 대선 공약을 차근차근 이행하는 데 주력했다. 재벌 때리기를 통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서민들의 지지도 모아가고 있다. 전임 정부들이 임기 초반 내세운 굵직한 이슈들이 대체로 노선갈등적 요인이 컸던 것과 대비된다. 적어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박 대통령의 정책은 중도, 포용 노선에 가깝다. 보수층이 두텁고 결집력이 강한 한국의 정치 지형상 보수정부는 중도, 포용적 정책을 추진할 때 지지도도 상승했다.
또한 노무현·이명박 등 전임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 갈등적 요소가 큰 개혁과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경험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이 시기 자신들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편가르기의 유혹과 독선에 빠졌으며 말실수도 잦았다. 그 결과 취임 4개월 무렵,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80~90%에서 20~30%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와 달리 박 대통령은 비교적 큰 실수가 적다. 오히려 ‘공공의 적’ 재벌과 맞짱뜨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의 일등 공신은 무기력한 야당이다. 일반적으로 대안이 될 만한 강력한 야당이 존재할 때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도 약해지면서 쉽게 지지를 철회한다. 그 반대의 경우엔 대통령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실수에도 관대해진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높지만 그 이면엔 불안 요인이 적잖다. 지금의 지지도는 구체적 성과에 기반하기보다는 막연한 기대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무엇을’이라는 방법론과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잘’, ‘열심히’라는 채근만 있다. 허술한 대목이다.
또한 경제와 달리 정치 영역에서는 권위주의적, 갈등적 모습이 두드러진다.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와 국정원 사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날카롭게 모순되며 충돌한다. 향후 박근혜 정부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지지율, 위험한 이유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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