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거의 끝마칠 무렵 한 방청객이 질문을 던졌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어서 당혹스러웠다.
그때까지 나는 북한 수용소 내부의 상황이 반인륜 범죄로 규정할 수 있을 만큼 혐오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공산주의 시기의 소련·동유럽과 달리 북한에선 시민사회가 거의 완전한 부재 상태라고 얘기했다. 나는 북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비난하는 노력과 북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여를 지지하면서 결론을 맺으려던 참이었다.
방청객의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당신은 미국의 감옥 체계에 대해선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신은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사람이 감옥에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과 미국 감옥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나는 이 방청객의 질문에 감사하고 그 지적이 맞다고 말했어야 한다. 정말로 미국의 수감률은 세계 최고이고 감옥 안 처우도 열악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이것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 같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수용소는 미국 감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 수용소의 상황은 매우 적은 급식과 징벌적 노동, 높은 사망률 면에서 시베리아의 옛 강제노동수용소와 비슷하다.
나는 질문자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는 법치사회라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체계적이고 끔찍한 부정의라는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북한 사례의 공포를 전달하려 했으나, 우리는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한쪽을 지지하고 비판할지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냉전 시기의 기이한 병적 현상이었다. 한쪽은 공산주의 나라들, 다른 한쪽은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편파적 비난의 병리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우리들은 대부분 수단의 집단학살, 과테말라의 전쟁범죄, 버마의 인종청소, 관타나모 구금자들 등에서 하나의 이슈를 택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미디어의 제한된 공간을 차지하려고 노력한다. 더 많은 ‘시장 점유’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이슈’가 특히 가증스럽다고 강조한다.
어떤 것이 가장 지독한 인권침해로 여겨지는지를 둘러싼 이런 경쟁은 냉전 시기와 같은 지정학적 고려에 의해 복잡해진다. 나는 때때로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 주제를 바꾸는 대응방식에 마주치곤 했다. ‘맞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누군가는 반박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은 정권교체의 화살집에 있는 또다른 화살이 된다.
이런 ‘양자택일식’ 사고방식은 깊은 좌절감을 준다. 북한에 대한 정권교체 전략을 비판해온 사람으로서, 나는 ‘봉쇄 전술은 비생산적이고 북한 내 인권침해는 끔찍하다’며 미국과 북한 모두에 비판의 화살을 겨누는 ‘양비론적’ 접근법을 취하길 촉구한다. 이런 접근법이 애초의 질문에도 적용된다. 곧, 미국 감옥 내 상황도 받아들일 수 없고, 북한 수용소 내 상황도 반인륜 범죄가 된다는 것이다.
고통은 근본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홀로코스트 시기의 유대인과 노예 시대의 아프리카인 중에 누가 더 고통받았는가? 이 질문은 고통스럽게 죽어간 사람들의 가족들에게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우리는 한 나라를 인권 기록으로만 바라보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북한 수용소에 투옥된 사람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최대 20만명이라는 추정치는 인구의 1%에 미치지 않는다. 많은 단체들은 인도적 구제, 개발 지원, 또는 투자를 통해 북한에 살고 있는 2500만명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그들이 수용소 폐쇄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양자택일식’ 방법으로 비판받아야 할까?
모든 것이 경쟁인 오늘날, 어떤 사람의 고통을 다른 사람의 고통보다 우위에 놓는 ‘경쟁적 고통’의 게임에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고통에 관한 한, 우리는 안이한 비교를 거부해야 한다. 독자적인 상황 속에 있는 끔찍한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출 때, 우리는 ‘한 사람의 상처는 모든 사람의 상처’라는 오래된 노동운동의 슬로건을 기억해야 한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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