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국일보 사태의 해법 보복 거두고 의혹 밝혀야 / 한승헌

등록 2013-07-01 19:20수정 2013-07-02 15:35

한승헌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
서울 중학동 옛 한국일보사 자리에 마천루 같은 새 빌딩이 들어선 지 오래인데, 정작 한국일보사는 왜 아직도 거기에 들어오지 못한 채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가? 어찌하여 <한국일보> 기자가 남의 신문(<한겨레>) 지면을 빌려 자사의 위급한 국면을 밝혀야만 했을까? 우선 이 두 가지 궁금증을 추적해 들어가면 오늘의 한국일보 사태를 푸는 정답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의 내부 싸움, 사주와 사원(또는 기자)들 사이의 대립은 으레 처우 관련 노사문제나 언론탄압에서 비롯되는데, 이번 한국일보 사태에는 전혀 그런 요인이 없는데도 극단으로 치달았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기자나 제작부서의 태업·파업으로 업무가 마비된 것도 아니건만, 직장폐쇄라는 극약처방이 돌출했다. 정상적인 신문 제작을 계속하겠다고 거의 전 사원이 안간힘을 쓰는데, 사주 쪽이 도리어 편집국을 폐쇄했으니 참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흔히들 신문사를 ‘언론기업’이라고 한다. 이 말에서 기자들은 ‘언론’에 방점을 찍는 데 반하여 사주나 경영진은 ‘기업’에 밑줄을 긋는다. 그런데 여기서 ‘기업’이란 법인이지 사주 개인이 아니다. 따라서 사주(개인)의 이익은 기업(법인)의 그것과 별개인데, 간혹 그것을 혼동하거나 빙자하여 법인에 해를 끼치는 사주(이 말도 정확지는 않지만 편의상 관례화된 호칭을 그냥 쓴다)가 적지 않다. 그래서 언론기업의 사유화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번 한국일보 사태도 그런 그릇된 사주의 인식에서 싹튼 것이 아닐까?

신문사 재산(권)의 운영이나 처분에 사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신문 제작의 본산인 공간 확보 문제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사주의 처사를 법적으로 밝히고자 고발 절차를 밟은 데 대해서 사주는 인사권을 남용해 편집국장과 주필을 해임하는 등의 보복조처를 자행했다. 사주의 이런 처사가 과연 정당한가? 편집국 구성원의 99%가 국장의 해임에 반대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신문을 정상 제작해 왔는데, ‘용역’을 투입해 기자들을 몰아내고 편집국을 폐쇄하였으니 이런 폭거를 어떻게 합리화할 수 있는가? 그와 같은 보복은 신문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사주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지 않은가? 자칫 ‘족벌언론’ 운운의 비난까지 자초해 선친이 창업한 이 신문의 전통에 흠집을 내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일보 지면은 몇 사람의 기자에 의해 짝퉁처럼 제작되고 있다. 논설위원들도 사주 쪽의 일련의 폭거와 파렴치에 대하여 항의하고 집필을 거부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위법과 편법이 동원되어, 심지어 통신사의 시론을 베껴 사설로 둔갑시켰다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처분까지 받았다. 편집국에서 쫓겨난 기자 사원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세든 건물 로비에서 농성과 항의집회를 계속하고 있으며, 여러 시민단체와 각계 인사들이 이들을 성원하면서 사주 쪽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가 비단 한 신문사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언론 내지 언론기업의 병폐를 치유하는 공공의 과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라도 사주 쪽은 보복성 인사를 거두어들이고 편집국을 복원해 신문 제작을 정상화하여야 한다. 수사기관은 사원들이 제기한 사주의 비리 의혹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해 그 진상과 책임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장재구 회장이 유일하게 기댈 곳(?)은 역설적이게도 검찰로 보인다.” 이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검찰은 그것이 억측에서 나온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써 증명해 주리라 믿는다. 그 기사가 ‘적중한 예언’이 되는 일은 검찰의 명예를 위해서도 결코 없어야 한다. 아무쪼록 중도를 지향해온 60년 전통의 한국일보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언론으로 되살아나기를 염원한다.

한승헌 변호사

[한겨레 캐스트 #123]‘막장 한국일보’, 막가는 족벌언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