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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사회적 기업은 상품이 아니다 / 전순옥

등록 2013-07-22 19:20

전순옥 민주당 국회의원
전순옥 민주당 국회의원
최근 ‘갑과 을’로 상징되는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법에 대한 고민과 행보가 분주했다. 국정원 사태의 중차대함에 잠시 가려져 있지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국정의 가장 큰 축이 되어 마땅한 고민이다.

‘갑과 을’로 축약되는 문제란 시쳇말로 ‘갑질’이라 부르는 ‘강자의 폭력’ 앞에 대항력이 없는 ‘약자의 고통’일 것이다. 갑·갑질·을·눈물·폭력·고통 등 그 현상을 설명하는 데서 어떤 말을 사용하든 이면에는 ‘자본’, 곧 돈이 있다. 자본주의와 경쟁을 기본경제 원리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일까?

국내에서 갑과 을, 경제민주화의 논의가 있기 훨씬 이전부터 세계적으로는 자본주의의 한계와 자유시장경제의 폭력성에 대한 반성으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움직임이 있었다. 철저하게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이상한 결합은 유럽을 중심으로 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고,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기초로 하는 정부 정책으로 도입되었는데, 그 이후 상황은 다소 이상하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이전에도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자활공동체와 각종 비영리단체 중심의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사업이 존재했으나, 사회적 문제를 기업 운영을 통해 풀어가고자 시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법이 시행된 2008년부터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이 유행어나 된 듯 언론에 회자되기도 했다.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제구조 구축이라는 사회적 경제의 기본 개념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한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의 예비 사회적 기업 사업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동체 회사로 태어났고, 2012년 12월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기본법’으로 다시 태어났다. 각 부처가 추진하는 개별 사업을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자신의 문제를 시장원리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도전을 정부가 돕는 것은 훌륭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된 ‘사회적 경제’는 일종의 개념일 뿐 어떤 자격이나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기업에서 시작해 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발전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기존의 복지사업이나 시혜성 정부정책을 취득하기 위한 하나의 인증상품이 되어버린 듯하다. 이제 사회적 경제가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사업이라는 관념을 벗어나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가 책임지고, 자활공동체는 보건복지부가, 농촌공동체 회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가 맡고 있으니 이에 대한 육성과 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은 우리 부처의 사업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이 엿보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자본 중심 시장 경제와 사회적 경제가 동떨어진 별개라는 선입견 또한 마찬가지다. 시장 경제와 사회적 경제 둘 다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라는 큰 영역의 일부이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대기업을 두드리는 것에만 있지 않고, 경제민주화가 기업에 대한 적대감으로 매듭지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고민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논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사회적 기업은 경제민주화의 첫번째 단추로서 이미 우리 손에 있다. 이제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넘어 경제민주화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우리의 비전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새로운 가치가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우리 시장경제 안에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장의 기능 중에 ‘사회적 경제’라는 영역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건전하게 키워가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전순옥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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