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규 환경부 장관
갈라파고스 군도 핀타섬에 사는 코끼리거북의 아종인 ‘외로운 조지’(Lonesome George)가 2012년 6월24일 죽은 채로 발견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같은 해 6월 이 코끼리거북의 멸종을 공식 선언했다. 19세기 말까지 갈라파고스 어디서나 볼 수 있었으나 인간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유엔은 1970년 이래 야생 척추동물의 31%가 멸종되었고, 20~30년 내로 지구상에서 전체 생물 종의 25%가 더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생물은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고 멸종 시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숲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허파’의 역할을 하고, 생물자원은 바이오산업의 원천으로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인류가 개발한 의약품의 46%가 생물자원을 원료로 하고 있다고 추산한 통계도 있다. 한 예로 우리가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세상을 바꾼 100대 발명품의 하나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으로 만든다. 2009년 전세계를 오싹하게 만들었던 신종플루의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스타아니스(팔각회향)라는 식물에서 추출하는 성분으로 만든다. 이처럼 생물 종은 인류의 건강과 목숨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어서 생물 종이 줄어들면 인류가 살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생물자원들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어디일까? 한반도 전체 생물 종의 13.4%, 멸종위기종의 43%가 서식하는 비무장지대(DMZ) 일원이다. 비무장지대는 군사분계선 중심으로 남북 2㎞ 구간이다. 그 바깥에 설정된 민간인 통제 구역까지를 포함하여 통상 ‘비무장지대 일원’이라 부른다.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았던 60여년 동안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오늘날 5097종의 생물 종과 106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멸종위기종 사향노루는 이제 비무장지대 일원이 아니면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서제막급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람에게 잡힌 사향노루가 자신의 배꼽에서 나는 사향 때문에 잡혔다며 배꼽을 물어뜯으려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일이 그릇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 일원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와 말 못하는 동식물을 위해 꼭 보전해야 하는 곳이다. 사향노루가 이 땅에서 사라진 다음에 후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와 같이 냉전시대를 겪었던 독일의 예를 살펴보자. ‘철의 장막’으로 불렸던 1393㎞ 길이의 동·서독 국경 지역에 대하여 독일 정부와 환경단체는 1990년 통독 이후 자연의 모습으로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뤼네스 반트(Gr<00FC>nes Band, Green Belt)로 불리는 이 사업 덕택에 오늘날 이 지역은 600여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명의 띠’로 탈바꿈했다.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러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이곳은 자연환경을 지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비무장지대가 설치된 지 올해로 60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환경부에서는 지난 19일 ‘생태환경대회’를 개최했다. 국민들에게 비무장지대의 생태 환경을 알리고, 현명한 보전 방법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모색하려 고민하였던 매우 의미 있는 기회였다. 정부와 민간은 앞으로도 비무장지대의 생태 자원을 우수하게 보존하고 복원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아울러 원형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 탐방을 자원화하여 지역의 경제 발전에도 효자 노릇을 다하도록 지혜와 뜻을 모아나갈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60주년, 환갑에 부여하는 의미는 특별하다. 새로운 출발이며 희망을 상징한다. 비무장지대 60주년을 맞아 비무장지대가 민족 상쟁과 분단의 쓰라림을 훌훌 털고 수많은 뭇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 숨쉬는 희망의 땅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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