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수수께끼를 풀건 새로운 기술 발명을 하건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자랑거리이자 많은 후세대한테 장래 직업모델이 된다. 그런 연구 활동에 동기를 주는 제도 중 하나가 연구성과 평가다. 좋은 연구자한테 좋은 평가를 해주면 더 좋은 연구가 촉진된다. 평가 결과는 연구자의 취업, 승진, 연구비와도 직결되니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점수다. 평가에선 논문 발표의 성과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5월 지구촌 연구자와 단체가 연구 평가제도를 개선하라며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선언’을 발표했다. 학술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영향력지수’(인용지수, IF)가 평가의 중심이 되는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연구논문 자체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게 합리적인데도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영향력을 따져 논문을 평가하는 방식의 불합리를 지적했다. 현재 9000명 넘는 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한 온라인 서명은 계속되고 있다(am.ascb.org/dora). 다수의 한국 연구자도 여기에 이름을 남겼다. 물론 네이처, 셀, 사이언스처럼 저명한 학술저널에 논문을 낸 연구자가 높게 평가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기준에만 쏠리다 보면 저마다 다른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연구 다양성은 쉽게 무시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선언이 이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최근 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가 지난 10년 동안 많이 인용된 생명과학 분야의 국내 우수 논문 323편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많이 인용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이들 논문의 60% 이상이 영향력지수 높은 학술지보다 영향력지수 10점 이하의 학술지에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술지 ‘간판’만 보고 논문을 판단할 게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니 “간판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흔한 말은 전문가들의 창의적 연구를 평가하는 과학기술 연구평가의 현장에도 통하는 말이다. 평가 기준이 다원화해야 후세대가 그리는 직업모델도 다양화할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권은희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오피스텔’ 압수수색 막았다”
■ “조선일보가 국정원 기사 왜곡”…‘뿔난 검찰’ 정정보도 청구 방침
■ 님부터 ‘치유하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 [화보] “당신이 그립습니다”…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식
■ [화보] ‘녹색 페인트’ 풀었나…하늘에서 본 4대강 녹조
■ 권은희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오피스텔’ 압수수색 막았다”
■ “조선일보가 국정원 기사 왜곡”…‘뿔난 검찰’ 정정보도 청구 방침
■ 님부터 ‘치유하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 [화보] “당신이 그립습니다”…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식
■ [화보] ‘녹색 페인트’ 풀었나…하늘에서 본 4대강 녹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