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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송장과 똥의 숭배자들

등록 2013-08-26 18:13수정 2013-08-26 18:17

중국 위진남북조 때 이극이란 사람이 하늘에서 자기 앞으로 관이 두 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점술에 뛰어난 색담이란 사람은 이게 벼슬이 높아질 꿈이라고 해몽했다. 과연 그는 얼마 뒤 승진했다. 그 뒤 송장 꿈을 꾸면 벼슬을 얻는다는 몽시득관(夢尸得官)이란 말이 생겨났다.

어떤 사람이 진나라의 총명한 선비 은호에게 물었다. “왜 벼슬을 하려면 송장이나 관 꿈을 꾸며, 재물이 생기려면 똥과 오물에 관한 꿈을 꾸나요?” 은호가 말했다. “벼슬이라는 게 본디 송장 썩는 냄새 나는 것이기 때문에 송장과 관 꿈을 꾸는 것이며, 재물이라는 게 본디 똥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재물이 생기려면 더러운 것을 꿈에 보는 것이다.”(官本是臭腐, 所以將得而夢尸棺; 財本是糞土, 所以將得而夢穢汚.) 은호의 이 말은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명언으로 꼽혀 <세설신어>에 실렸다.

이 얘기를 요즘 말로 옮기자면, 권력을 탐하는 자는 네크로필리아(사체 애호 도착자)이고, 재물을 탐하는 자는 마이소필리아(오물 애호 도착자)라는 얘기다. 관직과 재물이 송장과 똥이라는 얘길 듣고도 사람들은 이걸 탐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벼슬과 재물을 얻을 수 있다면, 관에도 기꺼이 절하고 똥장군도 신주처럼 모시는 게 인간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몽시득관이란 말을 신봉해 승진을 앞두고 관에 절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남방에는 물가의 높은 절벽에 구멍을 파고 관을 꽂아두는 현관장(懸棺葬)이라는 풍습이 전해온다. 현관장으로 유명한 허난성의 현관곡(懸棺谷)에는 승진하게 해 달라고 절벽에 꽂혀 있는 관에 절을 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관에 절을 해 관직을 얻는다는 배관득관(拜棺得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권력 장악을 위해 정변을 일으킨 반란사건과 내란사건의 수괴들이고, 권좌에 올라서는 천문학적 비자금을 챙긴 수뢰범들이다. 송장 넣는 관에 똥을 넘치도록 채워 숭배한 경우이다. 매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들로부터 추징금을 남김없이 환수해 이들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또다시 네크로필리아·마이소필리아 합병증 환자들의 지배를 받는 끔찍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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