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우리가 음식점과 마트에서 흔히 사 먹는 대표적 수산물 중의 하나가 연어다. 국내 연어 소비량의 90% 이상이 노르웨이에서 수입되는데, 연어 양식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나라가 바로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1997년 대구 양식 기술을 또다시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대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현재 이 나라의 어업종사자 수는 우리의 7%에 불과하나 수산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90억달러가량으로 약 20억달러인 우리나라의 4배가 넘는다.
우리 국민들은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에 대해 단순히 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견인차이자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떠올린다. 아마 노르웨이 국민들이 자국 수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상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물고기 양식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여전히 생소하게 느끼고 있다.
해양산업 전반의 전망을 잠시 개괄해 보자. 현재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중심에 있는 조선과 해운업 외에 수산, 항만, 물류, 해양 생명·자원·바이오·플랜트·관광 등 각론을 들여다보면 양식업에서만 3만개의 일자리, 해양관광 부문에서만 9만개의 일자리와 90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점쳐지고 있는 등 성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이 산업 부문의 가치에 대한 국민 일반의 평가와 인식이 매우 낮아 우수 인력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못하고, 민간의 자발적 창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노르웨이 국민들과 달리 우리 국민들은 양식업이 어떤 산업보다도 기업가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와 과학기술 역량이 필요한 부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이 산업 본연의 가치가 발현되는 것을 저해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해양수산업계는 해양이 세계 경제의 신성장동력임을 주창하며, 육지 중심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해양 경제로 확대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오고 있다. 현재 전세계 총생산의 10%를 해양수산업이 차지하고 있고, 2012년 기준으로 세계 해양수산 시장 규모는 7조6000억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그중 2%에 불과한 1334억달러를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으니, 해양산업에서 점유율을 1%만 높여도 약 700억달러의 국부 창출로 이어진다.
정부는 창조경제 추진 전략 중 하나로 신산업·신시장 개척을 위한 성장동력 창출을 들고 있다. 바다를 개발의 대상과 국부의 원천으로 보는 것이 아직 익숙지 못한 우리 국민에게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바로 바다에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 지원과 전방위적 해양금융 체제 구축 등 해양산업에 과감히 지원 정책을 폄으로써 바다를 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새롭게 세워야 한다. 1990년대 영세 양식업자들의 난립과 환경오염으로 노르웨이의 수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한 원동력은, 대규모 기업양식을 도입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정책 혁신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최근 세제 개편안에 대한 논란을 통해 필자는 국가가 국민에게 다시금 성장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복지 증대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수렴의 차원이지 그것이 국가의 발전을 담보하는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 해양산업의 가치에 착목하여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육성을 한층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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